[문학/소설] 배영익 / 내가 보이니

2017. 9. 12. 11:13Book Story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작성된 비전문적인 리뷰입니다. 본문에는 도서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해당 출판사 서평단에 응모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다. 범죄 심리 소설. 이 단어만으로 두근두근거리게 한다. 그리고 저자를 알아보다 첫 장편 소설인 '전염병'이 재미나게 봤지만, 아쉽게 조기종영했던 '세계의 끝'이란 드라마 원작임을 알게 됐다. 기대 기대 기대!



▶ 도서정보

- 저  자 : 배영익
- 제  목 : 내가 보이니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발행일 : 2017.08.17
- 분  류 : 문학(소설)
- 기  간 : 17.09.09-10






▶ 총 평 점(한줄평)

9.3점 / 살아가는 시간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전혀 없진 않을 것 같은데... 얼마 안 될 것 같다. 그럼 나는? 흔한 고민이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찾을 수 없는 '행복'이라는 고민은 '이유'와 항상 연결되어 있다.

이야기는 누군가를 쫓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눈길에 막혀버린 쫓는 자의 절실함과 다급함이 읽는 이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빠져드는 것과 동시에 실망과 아쉬움이 생긴다. 분명 범죄 심리라고 했는데... 범죄만 있고, 심리가 없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바라보는데, 답만 써놓고 풀이 과정이 없는 듯한 기분. 

하지만 엄청난 몰입감.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재미를 준다. 그것뿐이라는 생각을 하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면서 큰 울림을 받는다. 왜 굳이 판타지를 썼을까 하는 의문은 이내 조금은 해소가 됐다. 과거 지금은 당연한 연쇄살인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것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인간의 등장은 이해와 공감을 바라기 어려운 일이다. 모든 변화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세상.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 대한 큰 외침을 듣게 된다.



▶ 도서평점(항목별)
 
- 등장인물 : 10점 / 주인공 멘토. 좋아했던 드라마 '남자 이야기' 속 채도우가 떠올랐다. 조금 더 깊고, 자세히 배경을 설명해줬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인물 자체만 보면 매우 호기심을 안겨주었다. 신선함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인물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 소    재 : 9점 / 연쇄살인이라고 정의하기 힘든 연쇄살인. 감투, 도깨비. 어울리지 않는 소재들의 조합이다. 이 점은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런데 그 아쉬움이 마지막 큰 한 방이 되어 돌아온다.
 
- 구    성 : 9점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성이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여정을 제일 먼저 보여준 후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후 결말을 궁금하게 하는 구성. 각기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것이 만나는 구성. 둘 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한다.
 
- 가 독 성 : 9점 / 한국 작가가 우리 말로 쓴 글이기에. 우리 지명과 익숙한 단어들. 영화 일을 했던 저자이기에 글은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점들이 활자가 아닌 그림을 보는 느낌을 준다.
 
- 재    미 : 10점 /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시간에도 엄청나게 재밌었다. 어쩌면 뻔할지도 모르는 순간까지도.
 
- 의    미 : 9점 / 개인적으로 상당히 큰 울림을 줬다.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하면 푹 빠졌던 시간이 무안할 정도로 뻔함이 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 흔적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과 대답인 듯 대답 아닌 이야기.



 ▶ 책 속의 한 줄

[p222 중에서]
리스크. 언제나 리스크가 문제였다. 그는 살인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인을 피하면서까지 둘러 가는 수고를 감내하고픈 생각은 없었다. 그가 보기에 살인은 경제, 경영학에서 제안하는 온갖 기법들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문제 해결 도구였다. 살인이라는 금기를 뛰어넘은 후부터는 폰지 사기나 문서 위조 따위의 범죄 역시 전보다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었다.




[p291 중에서]
그들은 법 없이는 못 사는 사람들이다. 지배하기 위해 필요하고, 어기기 위해 필요하고, 어긴 다음에 보호받기 위해서 법이 필요하다. 






▶ 독서일지

[17.09.09 / p7-339]
시작부터 강렬하다. 쫓는 자의 마음이 짧은 프롤로그를 통해 절절히 다가온다. / 뭐지? 이 이야기는? 판타지가 같이 있는 건가? / 드라마 '터널'에서 예전의 경찰들이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감도 못 잡았던 이유. / 이번에도 허접한 나의 추리는 완벽하게 빗나갔다. / 그 판타지 장치가 꼭 필요했을까? 일단은 끝까지 읽고 다시 생각해보자.

[17.09.11 / p339-448(완)]
의외의 전개. 내 생각은 늘 틀렸다. 그래서 더 재밌었는지도^^; 처음에는 그저 상징적이길 바랐다. 하지만 이 바람 역시 이뤄지질 않았다. 그 점이 아쉬웠다. 그런데 그 점이 오히려 큰 울림을 줬다... 묘한 책이고. 매력적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