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1. 16:16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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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빼앗기지 않으려면 알아야 합니다. 우리 역사에 대한 자존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은 관심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삼국지>에 대해서는 그토록 열광하면서 같은 시대의 고구려의 미천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미천왕은 중국에 빼앗긴 우리 땅을 되찾아 고조선을 세움으로써 회복시킨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합니다. 그와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 소설이 <고구려>입니다."
김진명 작가의 인터뷰 중. 처음 이 인터뷰 기사를 봤을 때... 참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는 내게 그저... 재미난 소설책일 뿐이었기에... 더욱이 그러했다. 사료가 부족한 시대인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더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이것은 역사소설이 아닌 소재를 역사에서 빌린... 그냥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접한 작가가 '고구려'를 시작한 계기를 듣게 되니... 어떻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역사를 참 좋아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실제로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지속적으로 읽고 있다. 역사를 좋아하고, 또 우리의 역사를 지키고 싶은 이로서. '고구려'는 충분히 이슈가 되었고, 관심을 가졌어야만 하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뉴스에 나오는 소식에... 그저 육두문자만 날릴 뿐...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그 이상의 관심도,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또 한번 부끄럽다.
어쩌면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는 사실보다는 허구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김진명 작가의 작품을 읽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유는 그 소재와 접근 방식에 있다. 이번 고구려는 큰 틀에서 사실을 바탕으로 세세한 상상력들을 더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실제 사실인...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알고, 우리 역사인 고구려. 즉 우리 민족이 품었던 이상과... 그들의 희생 그리고 고통을... 상상 속에서나마 철저히 이해해 보는 것. 그것은 역사와 지켜야 할 우리 역사 '고구려'를 돌봄과 동시에...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거울에 비춰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렇게 반복해서 읽었던 고구려를 다시 한번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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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18 / 1권 p7~238]
'봉상왕. 고구려 제14대 왕(재위 292∼300). 이름 상부(相夫) 삽시루(歃矢婁). 치갈왕(雉葛王)이라고도 한다. 서천왕의 태자이다. 자랄 때부터 교만하고 시기심이 많았다. 왕위에 오르자 숙부인 안국군(安國君) 달가(達賈)가 백성들의 추앙을 받음을 미워하여 살해하고, 이듬해 동생 돌고(咄固)마저 사사(賜死)하였다. 명신(名臣) 창조리(倉助利)를 국상(國相)에 등용하여 연(燕)나라 모용 외(慕容瘣)의 침입을 격퇴하기도 하였으나, 차츰 사치와 방탕을 일삼게 되었다. 298년 대기근으로 백성들이 굶주릴 때, 화려한 궁궐을 지으려 하여 창조리가 이를 말렸으나 끝까지 그의 간언을 듣지 않았다. 300년 폐위되고, 후환이 두려워서 자결하였다. 무덤은 봉산원(烽山原)에 있다.'
/ 사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내 생각. 그 중심에는 광개토태왕이 있었다. 내가 아는 고구려는 주몽과 광개토태왕. 그리고 연개소문 뿐이었기에...^^; 옛 조선의 영토를 회복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꿈꾸었고, 그 시작을 왜 봉상왕 시절부터로 잡았을까... 고민을 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우습게도 드라마 '태왕사신기'였다. 당시 쥬신의 별이 뜨던 그날 태어난... 담덕. 그의 아버지 이련(고국양왕)이 더러운 피라 칭하는 음모들. 그 음모 때문에 괴로워했던 담덕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 그래...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광개토태왕의 출발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시절이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나라가 쇠하다 흥하다 쇠하는... 과정과 국제정세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또한 광개토태왕 못지 않게... 큰 업적과 토대를 남긴 왕이 바로 미천왕 을불이었기에... 상부로부터의 전개가 더욱 드라마틱할 것이다. 그래서 봉상왕이 폐위되고 보위에 오르는 미천왕을 그리기 위해 봉상왕 시절이 필요한 것이다. 난 그렇게 결론을...^^;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기에. 반대로 조금은 더 꼼꼼히 이야기를 읽어나가본다. / 안국군 달가. 고구, 창조리. 상부의 즉위. 스스로 희생된 안국군과 후일을 위해 스스로 더러운 오명을 뒤집어 쓴 창조리. / 을불의 등장과 아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돌고. 을불, 떠돌이 삶의 시작. / 낙랑에서의 인연과 돌아온 고구려에서의 참담함. 평생의 벗이자... 최고의 장수인 여노와의 만남. / 주아영. 모용외. 그리고 을불. 셋의 운명적인 만남.
[p8 중에서]
도읍의 위치도 이렇듯 비틀어져 있는 바에야 다른 대도사들은 더 말해 무엇하랴. 이처럼 고구려는 우리의 환상을 자극하지만, 막상 찾으려면 어느 곳에도 없는 게 현실이다.
[p124 중에서]
“아까 너는 사정도 살피지 않고 단도부터 빼들었는데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너는 남보다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했는데 그 역시 부끄러운 말이다. 세상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하찮은 목숨은 하나도 없다. 무릇 군왕은 모든 백성의 목숨 한 조각 한 조각을 자신의 것보다 중히 여겨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성군들은 바로 그런 생각으로 백성을 섬겨 왔다.”
[14.05.19 / 1권 p239~335(완)]
낙랑. 최비의 등장. / 숙신으로 향하는 을불. / 고구려. 낙랑. 백제의 관계. 그리고 피습당하는 양운거. 최비가 완전하게 장악하는 낙랑.
[14.05.19 / 2권 p7~131]
숙신의 참담한 상황 속에서... 민생을 먼저 살피는 을불. / 낙랑. 최비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호들을 숙청하고, 주대부와 주아영 또한 그 대상이 된다. 그 소식에 모용외는 낙랑을 치기로 결심하고, 더불어 군사 원목중걸에게는 숙신을 치라 명한다. / 모용외와 최비의 대결. 싸울 생각이 없었던 최비. 하지만 의도치 않게 벌어진 두차례의 전투로 겨우내 균형이 유지된다. / 숙신의 참담함에 을불은 물질적 기반마저 무너뜨리며 굶주림에서 백성들을 구하고자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피의 값이라 거부하는 숙신의 사람들. 드디어 등장한 숙신의 족장 아달휼. 안국군 달가와의 약속. 을불은 아달휼을 얻음으로써 명분을 갖고 숙신을 갖는다. / 아아~ 청패. 청패. 청패였구나. 이것이 청패였구나. 오물을 뒤집어 쓴 채 후일을 도모했던 창조리. 그가 뜻있는 자들을 규합하여 을불을 옹립하고자 했고, 그를 따르는 자들의 상징. 청패. ‘청패’모집글 또한 세세히 읽지 못했던 터라... 의미를 알고자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조불과 소우 그리고 저가가 각자 꺼내든 그 청패를 보고야 알게 되다니... 조금 부끄러움^^;
[p16 중에서]
“나는 반드시 고구려의 왕이 되겠습니다. 왕이 되어 온 천지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해야만 하겠습니다.”
[p86 중에서]
“왕손님은 이런 철이나 재산이나 잘 훈련된 병사나 마필의 수가 힘이 아니란 걸 아시는 거요. 진정한 힘은 백성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으신 분이란 말이오.”
[p113 중에서]
“이 사람 저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한평생 살아 오며 영웅호걸을 자처하는 사람을 수없이 보았지만 모두 약자 위에 군림하여 내세우는 명분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숙신의 백성에게까지도 모든 것을 나누어주는 왕손님의 마음 씀씀이를 보며 속으로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릅니다. 왕손님, 저세상에서 만나도 이 사람 저가를 거두어 써주십시오.”
[p31 중에서]
“주공께서는 깊이 생각하고 앞일을 헤아리는 재주는 없으나, 천하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고 본능적으로 적과 나의 싸움을 헤아리는 분이시오. 그것이야말로 타고난 왕재이지. 세상의 복잡다단한 일을 어찌 그때그때 머리로 헤아려 해결할 수 있겠소? 머리보다는 원칙이, 원칙보다는 본능이 더 큰 법이오.”
[p55 중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독초를 먹으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피하지만 사실 끓이지 않은 찻물에는 독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척 향기롭지요. 마찬가지로 오랑캐를 쓴다 한들 내게 독이 안 되게 하면 문제될 것이 무엇입니까.”
- 미천왕편 등장하는 세 명의 영웅. 민본에 중심을 둔 을불. 야수와도 같이 본능에 몸을 맡기고 질주하는 모용외. 뛰어난 두뇌로 판세를 읽고 움직이는 최비.
[14.05.20 / 2권 p132~336(완)]
원목중걸의 군사들이 숙신의 땅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을불의 지혜로 누구도 패하지 않고... 백성들만을 배불리다. / 모용외와 최비의 대결. 불리한 상황에 처한 모용외는... 주아영의 계책으로 활로를 뚫는다. / 영웅대 영웅의 만남. 최비의 진영에 홀로 들어간 모용외. 최비는 넌지시... 모용외를 이용해 천하를 차지할 생각을 밝힌다. / 다루를 찾는 양소청. 서전에 들다. / 창조리와 청패.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다. / 고구려의 명장 고노자. 그가 이끄는 토벌군이 숙신으로 향한다. / 하늘의 뜻을 받들어... 을불은 상부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다. 즉위식에서의 외침에 전율이 흐른다.
[p169 중에서]
“그래, 바로 그것이다! 이제 너희들은 반강과 중걸의 차이를 알겠느냐? 반강은 빈 성에 들어가면서도 자신의 전공을 조작했고, 중걸은 홀한주성을 장악하고도 벌을 자청하고 있다. 신하란 때에 따라 공을 세울 수도, 과오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신하는 유능한 자가 아니라 정직한 자이다. 나는 중걸의 정직함을 높이 사는 것이다.”
[p336 중에서]
국조 동명성왕이시여! 이제 이 을불은 고구려의 왕이 되고자 합니다. 그간 조국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이 나라 백성과 살을 부비며 살아온바, 무엇이 백성의 바람이고 무엇이 임금의 해야 할 일인지 가슴으로 보았습니다. 이 세상 어느 목숨 하나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이 을불은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제 백성은 무겁고 소중하며 임금이 오히려 가벼운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몸으로 실천하고자 합니다.
안국군 전하시여! 전하의 평생 꿈이었던 고토 수복을 이 손자가 해낼 것입니다. 황하족 유철이 사백 년 전 조선을 멸하고 낙랑, 현도, 임둔 진번의 군현을 설치한 후 이 나라 백성들은 나뉘고 땅은 찢겨왔습니다. 그리고 폭군의 폭압에 신음하던 고구려는 이제 한 미약한 나라로 겨우 일어났을 뿐입니다. 전하시여! 이 손자는 떨치고 일어날 것입니다. 황화족의 군현을 몰아내 우리 땅을 되찾고, 요하의 동서남북을 차지하여 우리 요하족이 일어난 터전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 업을 이룩하기 전에는 이 한 목숨 함부로 죽지도 못할 것을 천지신명께 맹세하고자 합니다.
[14.05.20 / 3권 p7~360(완)]
고구려의 제15대 왕(재위 300∼331). 국토 확장에 진력하였다. 현도군을 공격하여 요동 서안평을 점령하고 313년 낙랑군을 멸망시켰다. 314년에는 대방군을 정벌하여 영토로 삼았다. 성 고씨(高氏)이고 이름 을불(乙弗) ·우불(憂弗)이다. 서천왕의 손자이며, 고추가(古鄒加) 돌고(咄固)의 아들이다. 호양왕(好壤王)이라고도 한다. 큰아버지 봉상왕이 아버지를 죽일 때 민가(民家)에 숨어 화를 면하였으며, 소금장수 등을 하며 지냈다. 뒤에 국상(國相) 창조리(倉助利) 등이 봉상왕을 폐하자 왕위에 올랐다. 국토 확장에 진력하여, 302년 군사 3만으로 현도군(玄菟郡)을 공격, 적군 8,000명을 사로잡았다. 311년 요동 서안평(西安平)을 점령하였으며, 313년 낙랑군(樂浪郡)을 공략하여 적군 1,000명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낙랑군은 멸망하였다. 314년 대방군(帶方郡)을 정벌하여 영토로 삼았다. 당시에는 요동지역을 지배해 오던 진(晉)의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선비족(鮮卑族)의 일파인 모용부(慕容部)가 세력을 확장하였다. 고구려는 영토확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자주 충돌했다. 그래서 고구려는 진의 평주사자 최비 등과 연합하여 모용부를 공격하고자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요동지역은 모용부의 영토가 되었다. 미천왕은 그 이후에도 요동지역을 차지 하기 위해 모용부를 공격했으나 실패했다. 미천왕은 죽은 뒤, 미천지원(美川之原)에 묻혔다.
/ 백성을 먼저 살피는 을불, 미천왕.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민생을 살피는 동시에 서진을 준비한다. / 모용외의 계산, 최비의 계산. 엇갈리기 시작하는 두 영웅. / 그 예전 ‘태왕사신기’에서 진정한 태왕의 자리에 오른 담덕이 아직 혼자이니. 절노부 족장 흑개는 일전 고국양왕과의 약조대로 왕비를 내어주려 한다. 결국 고아인 수지니를 수양딸로 삼아 혼사를 치루려 했던 장면. 그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 을불의 혼사를 준비하는 창조리. 그리고 주아영과 양소청. / 신성의 철 문제로... 칼을 빼어들 수 밖에 없는 최비. 드디어 시작되는 전쟁. 낙랑 사신의 목을 베고... 신하들에게 호령을 하는 을불. 와. 네 번째 읽는건데. 이전과 달리 이 대목에서 진정 소름이 돋았다. / “대승입니다, 폐하! 적은 전멸했습니다!” “보고 계시냔 말입니다.” 첫 전투에서 현도군에 대승을 거둔 을불. 그 뜨거운 눈물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 현도성의 고구려군. 모용외와 방정균이 이끄는 낙랑의 군사가 양쪽으로 쳐들어온다. 창조리의 지략으로 위기를 벗어나지만, 을불을 처음으로 모셨던 고구려 장수 소우가 작렬히 최후를 맡는다. / 결국 을불을 선택한 주아영. 그녀의 꾀로 고구려 군은 전투없이 무사히 고구려로 돌아온다. / 최비는 스스로 채찍을 맞으며 고구려와의 결전을 대비한다. / 을불과 주아영의 혼례. / 낙랑과의 전쟁을 치르기에는 부족한 고구려. 시간이 필요했던 고구려에... 주아영은 혼례때의 빚을 시간으로 갚는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백제의 왕을 죽이는 것. 그리고 그 도구를 양소청으로 삼아 양운거가 움직이게 하는 것. 무서운 여자. 분서왕의 죽음에 이전에는 찾아보지 않았던 기록을 찾아보니... 실제 낙랑의 자객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전한다. 이를 이렇게 기가 막히게 끼워맞춘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 드디어 미천왕 최대의 업적 낙랑 축출이 시작된다. 창조리가 내보인 뜻에 원목중걸이 응답을 하여... 모용외 군은 물러가고... 을불과 최비. 고구려와 낙랑의 정면 승부만이 남았다. / 시작된 치열한 전투. 평강이도 다시 나오니 반갑네. / 저가의 죽음. 숙연함. / 저가에게 몸을 피했던 다루. 그를 우습게 봤던 양우. 그렇게 시작한 인연. 낙랑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저가를 기리며 검은 천을 창에 달고 선봉에 선 양우. 지난 시간들이 내게도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 사백년을 빼앗겼던 낙랑. 셀 수 없는 목숨들이 희생되고 나서야.... 미천왕이 되찾은 그 땅에... 꽤 오랜 시간. 셀 수 없는 목숨들 그 이상의 더 많은 이들이 고구려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p140 중에서]
연신 터져 나오는 조불과 소우의 필사적인 목소리가 퇴각하는 장졸들의 머리 위를 울렸다. 성문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남은 자들의 운명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 고구려군의 퇴각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은 장수들. 그리고 동료의 죽음으로 삶을 이어가게 된 병사들. 문득...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파란바지 아저씨가 떠올랐다. 울컥...
[p261 중에서]
“원목중걸의 바둑은 그야말로 빈틈이 없다. 아무리 함정을 파도 달려드는 법이 없으며, 눈앞의 이득을 쳐다보지 않지. 그는 열 집을 싸우면 여섯 집만 갖고 네 집은 내어준다. 열 집을 노리는 자와 여섯 집만 노리는 자가 싸우면 반드시 여섯 집을 노리는 자가 이긴다. 그것이 그의 싸움법이지.:
“이치는 알겠으나 그리 두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의 싸움법이란 보통의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
“주군께서는 어찌 그를 이기셨습니까?”
“마지막 대국에서 그의 바둑이 하도 압박이 심하여 내가 마음을 잃고 잘못 낸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실수를 묻지 않았어. 그 한 수면 나의 진영이 모조리 흐트러지고 중앙을 빼앗길 판국이었는데, 그는 그것이 나의 미끼라 생각하고 물지 않았다. 그 덕에 나는 그 한 수를 크게 키워 종내는 대국을 이길 수 있었다.”
[p299 중에서]
“그렇소. 우리는 반드시 저 땅에서 싸워야만 하오. 모든 변수를 빼고 오로지 장졸의 의지와 집념만으로 겨루어야 하오. 그간 누가 더 성실하게 준비했는가, 그것이야말로 승패를 가르는 단 하나의 요소가 될 것이오. 그리고 나는 자신이 있소.”
[p354 중에서]
“그대들의 자식을 위해 죽어달라. 그대들의 자식이 살아갈 나라를 위해, 그대들과 같은 삶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서 죽어달라!” / 낙랑이 조선의 유민들을 화살받이로 내세우자... 홀로 나아가 유민들에게 죽어달라 부탁하는 장군 고노자. 그의 외침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유민들을 보며... 우리가 지켜야 하는 나라. 그것이 지닌 의미. 또 우리는 금새 잊어버린 일제 치욕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3
내가 다니던 대학에... 가장 뛰어나다 평을 받는 교수가 있었다. 논문도 훌륭하고, 학계에서도 인정받았다. 기대를 품고 강의를 들었는데... 칠판에 붙어서 중얼중얼... 아무도 듣지 못하게 혼자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귀를 쫑끗 세우고 들어보려 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제아무리 훌륭하고... 중요한 사실들을 알고 있어도... 전할 방법을 알지 못하면 그건 죽은 지식이라는 것을.
역사가 중요하다. 우리 모두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자... 말하는 이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전하고자... 그것에 재미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것을 실제 성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수차례 읽은 작품이지만... 다시금 만난 고구려임에도... 난 또 다른 재미를 느꼈고, 감동과 전율을 느꼈다. 사명을 갖고... 그것을 이야기로 엮고... 다시금 사람들이 그것을 읽고, 고구려라는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것. 이것은 오롯이 김진명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단하다는 표현은 부족하다. 나 또한 처음 소설로만 다가갔던 작품이기에... ‘고구려’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그저 부정하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읽히지 않으면... 또 쉽게 읽을 수 없다면... 그 모든 좋은 의미들은 모두 죽고만다. 그렇기에 10년이 넘은 세월 준비한 사료들을 묶어...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나눈 김진명 작가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또 광개토태왕이 광활한 요동의 땅을 가르는 것까지... 더욱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와 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