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황정은 외 / 웃는 남자

2017. 8. 22. 17:17Book Story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작성된 비전문적인 리뷰입니다. 본문에는 도서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은행나무 출판사 해당 도서 서평단에 뽑혀 도서를 제공받았다. 황정은 작가를 좋아하기에 신청했었다^^



▶ 도서정보

- 저  자 : 황정은 외
- 제  목 : 웃는 남자
- 출판사 : 은행나무
- 발행일 : 17.07.28
- 분  류 : 문학(소설)
- 기  간 : 17.08.21-22






▶ 총 평 점(한줄평)
8.8점 / 상을 받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게 너무 큰 부담이었다. 나도 누군가처럼 이 속에서 정답을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 그 기분이 너무 싫었다. 책장을 펼치고, 7개의 단편소설 제목들이 있다. 그리고 첫 글은 심사평이다. 짜증이 솟구쳤다. 왜 심사평을 제일 먼저 배치한 걸까? 

한동안 단편집을 연이어 읽은 적이 있다. 원래 선호하지 않는 단편 소설이었는데, 그때를 계기로 싫어지게 됐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단편집. 오랜만이어서일까? 각기 다른 맛의 글들이 마치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비어있던 마음속에 들어왔다.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마음의 안식처를 모두 잃었다고 한다. 너무 빨리 변해버리는 도시와 시골의 풍경에 마음이 머물 곳이 없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고 있다가 불현듯 마음 내려놓을 곳을 찾는다. 그 시간은 너무 위험하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그것에 너무 무관심하다.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되는 하나의 사연에 함께 웃고, 함께 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나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고, 수상작인 '웃는 남자'를 읽으며 비참한 기분을 느꼈다. 짧디 짧은 단편소설은 대부분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이번에도 그렇다.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자세하게 듣고 싶은 마음이 있다. 크게 다르지 않은 기분을 느끼면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읽었다는 것이 이야기가 나에게 무언가를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틀 속에 이야기를 끼워 맞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황정은 작가만을 바라보고 선택했던 도서. 그렇게 만난 7개의 이야기들. 어찌 됐든 그 속에서 나를 너무 많이 발견하고,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큰 의미를 갖게 됐다.



▶ 도서평점(항목별)
 
- 등장인물 : 9점 / 7개의 이야기 속에 있는 각기 다른 인물들. 한 명 한 명을 떠올려본다. 기억에 남는 이름들이 제법 되는데. 그중 병자씨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우리들이다. 그 인물들을 7명의 작가가 각기 다르게 그려낸다. 그게 참 좋았다.
 
- 소    재 : 9점 /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7개의 이야기 소재가 모두 내겐 익숙하게 다가왔다. 일상 혹은 일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그림들. 편안함이 가끔은 불안함을 불러왔지만 역시 좋았다.
 
- 구    성 : -
 
- 가 독 성 : 10점 / 우리나라 작가가 우리글로 쓴 이야기. 그럼에도 간혹 단편들에서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글들이 있다. 다행히 이번 '웃는 남자' 속의 이야기에서는 활자의 흐름대로 읽어가면 되었다. 
 
- 재    미 : 7점 / 조금 무거웠다. 오롯이 재미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7개의 이야기 중 두 이야기가 그랬다. 그런데 그 재미라는 것이 무거워서... 
 
- 의    미 : 9점 / 무언가 다양한 정답들이 꾹꾹 담겨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오히려 그것을 찾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쑥 튀어나온 것들에 흠칫 놀라곤 한다.



 ▶ 책 속의 한 줄

[p31 중에서]
d는 그동안 자신이 무언가를 잃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세계가 변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야. 본래 상태로 돌아왔을 뿐이라고 이제 생각했다.




[p32 중에서]
d의 방이 거기서 가까웠으므로 d는 자신의 방에서, 공중전화기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통화하는 중국인이나 한국인의 말을 들었다.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았으므로 일방적인 발성으로 들리는 말들이었다. 돈을 보냈다거나 돈을 더 보내달라거나. 건강을 묻거나 어딘가 좀 아프다거나. 보고 싶다거나 아주 죽여버릴 것이라거나. d는 매트리스에 눕거나 앉아 그 공동 공간의 잡음을 들었다.




[p140 중에서]
그녀는 그에게 묻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고통을 낱낱이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 그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의 고통에는 어떻게 그렇게 무감각할 수 있는지.




[p169 중에서]
"잘난 사람이 되는 건 힘들어. 하지만 못난 걸 인정하는 건 쉬운 거야. 못난 걸 인정하면 적어도 못난 사람은 아니잖아. 내 바람은 그저 못나지 않을 정도로만 사는 거다. 그것도 요즘은 이래 힘이 든다."






▶ 독서일지

[17.08.21 / p7-174]
김유정 수상작품집. 상을 받은 책을 읽을 때면 괜스레 부담감이 생긴다. 하물며 수상작품집이라니!!!! 좋아하는 황정은 작가 작품이 없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 '황정은, 웃는 남자'. 황정은 특유의 문체에 나는 또 푹 빠져든다. 고리를 물어가는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문뜩 아! 하는 시간. /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그것에 너무 무관심하다.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되는 하나의 사연에 함께 웃고, 함께 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나도. /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마음의 안식처를 모두 잃었다고 한다. 너무 빨리 변해버리는 도시와 시골의 풍경에 마음이 머물 곳이 없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고 있다가 불현듯 마음 내려놓을 곳을 찾는다. 그 시간은 너무 위험하다. / d와 여소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에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 '김숨, 이혼'. 뭐지? 싶은 시작. / 무언가 많이 아쉽다. 여전히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봤기에. 공감하면서도 내내 아쉬움이 있었는데... 마무리되면서 더욱 그 아쉬움이 커졌다.

/ '김언수, 존엄의 탄생'. 와. 제목과 인물과 내용이 모두 너무 와 닿았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 이야기를 썼는지는 짐작할 수 있지만, 난 그와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이 이야기를 바라봤다.

[17.08.22 / p175-268(완)]
'윤고은, 평범해진 처제'. 내 나이다. 그래서 더 공감하고 싶었고,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둘 다 할 수 없었다...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한데. 그렇진 않다.

/ '윤성희, 여름방학'. 그러지 마요.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 '이기호, 최미진은 어디로'. 굉장히 흥미롭게 시작한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막을 수 없게 마구 들어오는 자괴감에... 

/ '편해영, 개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