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고미카와 준페이 / 인간의 조건

2017. 9. 15. 14:35Book Story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작성된 비전문적인 리뷰입니다. 본문에는 도서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어떤 추천글을 보고 감명받아 바로 구입을 했었다. 사놓은지 1년은 넘은 것 같은데... 언제 산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을 읽으려 했던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읽어야 한다는 마음만은 여전히 기억한다.



▶ 도서정보

- 저  자 : 고미카와 준페이, 김대환 역
- 제  목 : 인간의 조건
- 출판사 : 잇북
- 발행일 : 2013.11.11
- 분  류 : 문학(소설)
- 기  간 : 17.09.04-15







▶ 총 평 점(한줄평)

8.7점 /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전쟁 속 중간 어디쯤 서있는 일본인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쫓아가다 문득문득 멈춰 서게 된다. 제목 때문일까? 시대적 배경 때문일까? 아니면 종종 생각하게 되는 그 시절 일본인의 생각 때문일까?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각 인물의 행동과 생각을 고민하게 된다. 

제삼자로 바라보다... 공감을 하고 감정을 이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 어느새 그 속에 있다. 공감은 무서운 것이다. 공감을 하면 할수록 나 스스로가 쓰레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난 원래 쓰레기였던가...? 아니면 인간은 모두 쓰레기인 것인가?

사회통념상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이 나타내는 것이 바로 동물 자체로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뛰어넘는 무서운 이성이 존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게 더 무섭다.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가던 때에... 난 무엇을 바랐던 걸까...? 문득 그 바람이 내 삶의 방향이길 바랐던 건 아닐까 싶다... 늘 그랬듯이. 대하소설의 끝에서는 너무 큰 허무함이 온다. '상식'... 이것 또한 배부른 소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끝을 책장을 덮는다.



▶ 도서평점(항목별)
 
- 등장인물 : 5점 / 인물들이 놓인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빛이 난다. 다만, 인물 자체만을 놓고 보면 그렇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특히 감정이입을 많이 했던 가지만 놓고 봐도.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짜증 났을 캐릭터.
 
- 소    재 : 9점 / 순전히 한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신선한 소재이다. 같은 시간대의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그 시선이 늘 같았다. 착한(?) 일본인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했다.
 
- 구    성 : 9점 / 시간 순서대로 간다. 대하소설에서 가장 무난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시간대를 왔다 갔다 했다면 오히려 몰입에 방해를 했을 것이다.
 
- 가 독 성 : 9점 / 번역 자체가 매우 매끄러웠다. 종종 문장이 길어서 호흡이 달릴 때가 있긴 하지만, 거북한 수준은 아니다. 단락도 적당히 나누어져 있고, 연재소설 특유의 챕터로 인해 끊어 읽기에 좋았다.
 
- 재    미 : 10점 / 전쟁을 소재로 재미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재미 측면만 보면 매우 재미있다. 큰 이야기 줄기와 세세한 이야기들 모두 재미 요소를 갖추고 있다.
 
- 의    미 : 10점 / 제목부터 '인간', '조건'. 뭔가 엄청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큰 기대를 품고 읽을 때는 보통 실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다 저렇다는 설명이 아닌... 상황만을 그려냄으로써 이야기를 한다. 그 속에서 읽는 이에 따라 때론 완전히 다른, 때로는 비슷한 메시지를 받지 않을까 싶다. 



 ▶ 책 속의 한 줄

[2권, p32 중에서]
"날 위해서 말하고 있는 게 아니야. 그쪽을 위해서야. 물론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이런 종료의 정신 기능은 그것을 발전시키는 데 소홀히 했다간 헛되이 소멸되고 말아. 인간은 누구나 스무 살 전후에는 다소나마 휴머니스트로서 진리를 사랑하지만, 서른을 넘기면 대개 실리를 취하게 되고, 마흔이 지나면 사리사욕만 추구하게 돼. 즉 이러한 정신 기능을 발전시키는 데 소홀히 하기 때문이야."




[5권, p107 중에서]
가지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도 않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오노데라를 목 졸라 죽이고, 보초를 찔러 죽이고, 남의 아내를 때린 오른손을. 한때는 펜을 쥐는 것만이 습관이지 않았던가. 그 손이 왜 이렇게까지 타락했단 말인가.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5권, p158  중에서]
인생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조금씩 빛을 되찾기 시작했다. 간단한 일이다. 행복은 목구멍에서 출발하여 항문에 이른다. 그 도중에 인간의 머리는 행복을 미화하는 데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독서일지

[17.09.04 / 1권, p5-184]
궁금하다. 시작부터 그냥 궁금하다. 시간 배경을 알았을 뿐인데. 궁금하다. / 어느 집단이든 반대의 생각을 가진 이가 있다. 그것이 다수일 때도 집단의 성격과 반대인 경우도 많다. / 의외의 공간에서의 이야기.

[17.09.06 / 1권, p184-278]

[17.09.07 / 1권, p279-331(완)]
중간이라는 것은 쉬우면서도 참 어렵다. 가지의 생각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를 하고 있다.

[17.09.07 / 2권, p7-105]
왕시양리의 이야기. 공포를 느끼게 한다. /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그렇다고.

[17.09.08 / 2권, p105-298(완)]
가지가 망설이는 부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에. 난 스스럼없이 대답을 한다. /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 그냥 가지가 살았으면 좋겠다. 그 마음뿐이다.

[17.09.12 / 3권, p7-202]
시작된 군 생활. 보는 내내 불안하다.

[17.09.13 / 3권, p202-327(완)]
공감은 무서운 것이다. 공감을 하면 할수록 나 스스로가 쓰레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난 원래 쓰레기였던가...? 아니면 인간은 모두 쓰레기인 것인가?

[17.09.13 / 4권, p7-367(완)]
가지의 병원행. 그리고 그 사이 벌어진 동원된 본대 소식에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곧 미즈카미의 말처럼 어떤 게 삶의 길일지는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 살아 남길... 너무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17.09.14 / 5권, p7-291(완)]
생각한 것 이상의 처절함.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난 살아남길 바라고 있다. 그저 살아만 있으라고... /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깊게 스며들어갈수록 난 쓰레기가 되어 간다... / 조건이라는 단어 자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단어다. 무너지는 가지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같이 무너진다. 삶에 대한 애절한 바람이 오히려 죽음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17.09.15 / 6권, p7-347(완)]
의미가 있었을까? 그런 행동들이? 결과가 같으면 모두 똑같은 것일까? 모르겠다... 정말... / 늘 그랬듯이. 대하소설의 끝에서는 너무 큰 허무함이 온다. '상식'... 이것 또한 배부른 소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끝을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