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

2014. 4. 11. 16:54Daily Life






참 기대했던 작품. 투자된 금액도 100억인가... 그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 출연진도 탄탄했다. 오직 하나. 김현중을 원톱으로 세운 것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불안했다. 정소민과 나왔던 '장난스런 키스'에서의 그 기가 막힌 연기력. 그걸 감격시대에서도 보여준다면... 정말 그 돈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종영 전에는 관련 기사도 잘 읽지 않지만... 눈에 스치고 지나가는 헤드라인마다 김현중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가득. 훔... 그렇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 10부까지 집필한 작가를 교체. 아... 불안했다. 작가가 교체된 작품 치고... 완성도 있는 작품은 본 적이 없기에. 어찌됐든 '감격시대'는 종영을 했고. 난 진정 기대 반, 걱정 반으로 1화부터 보기 시작했다.


1~10화. 작가 교체를 알고 있었기에 그랬던걸까. 초반 작품의 흡인력과 풀어가는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김재욱의 역할에는 좀 애매모호함과 불필요성을 느꼈다. (작가교체 후 바로 아웃된걸 보니, 교체된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까.) 작가가 교체되며 가장 큰 변화는 기존 1~10부에서 등장했던 인물들. 잠시 사라졌던 인물들의 역할 변화 및 그동안의 복선이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전반부가 무언가 빵 터트리기 위해 차근차근 쌓아올려놓았다면...(너무 욕심을 부리는건 아닌가 싶기도 했음) 후반부는 철저하게 무협지 느낌으로 간다. 약간은 진부하고, 신파 느낌도 추가된듯. 올드하지만... 그만큼 대중적(?)인 방식, 안정적인 방식으로 변형된건 아닌가 싶다. 우습게도 난 그렇기에 전반부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후반부에 느낀다. 마지막화까지 보며. 완성도에서는 거의 빵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남성들이 보기에 '재미'면에서는 아주 좋았지만... 24부를 하나로 보기에는 너무 허접한 느낌이 들었다. 들인 돈이 아까울 만큼.





무협지 필을 완성시킨 인물. 모일화. 소림 무술 장면은... 사실 멋있긴 했다. 중학교 시절, 정무문 드라마가 유행하며... 학교에서 반마다 소림 대결이 펼쳐졌던 기억. 그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추억에 젖게 했을 내공.







작가 교체로 인해 가장 아까웠던건 신마적이 등장하지 않았던 점? 도비패의 황봉식과 강개는 다시금 등장시킬 법도 했는데... 완전히 배제했다. 파리노인의 범상치 않은 등장의 결말이 고작 무술 몇개 가르치는 것과 마지막 싸움에서 젓가락 신공을 보여준 것이라는게 또 아쉬웠음. 이건 배우들 역시 황당무개하고... 화나지 않았을까.




'감격시대'는 분명 내게 재밌는 드라마였다. 신정태가 싸움을 해가며, 성장해가는 과정. 동화(?)적으로 권선징악이 실현되고, 결국 방삼통 사람들은 승리한다. 앞서 말했듯이 후반부로 가며, 신파적인 느낌이 추가되며... 난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꼈다. 한 개인으로서 나이를 먹어가며, 친일에 대해 너무 쉽게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던 나 자신. 완전히 잊고 있었고, 또 모른척 하고 싶었던 나라를 잃은 아픔. 그것들이 온전히 백성들에게 갔다는 것을...;; 후반부에 바뀐 분위기가 오히려 그런 내게 따귀를 한대 갈귄 느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멋있거나,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온통 쌈박질 내용인 이 드라마에서는. 적어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폭력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방삼통의 승리. 아프디 아픈 큰 패배 속에서 얻은 작은 승리. 오히려 난 그 작은 승리 속에 들어가지 못한 대다수가 눈에 밟혔다. 


"너보다 잘생긴 어른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박철민의 깨알 애드립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감격시대'. 조금 더 치밀하게 준비했더라면... 차라리 사전제작이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분명 재미났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