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13.03)

2014. 2. 14. 08:39Book Story




<p008>'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길을 찾아나가는 데 역사가 뭔가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p025>'종종 질문을 받는다. <광해군일기>는 인조반정 이후에 서인이 편찬했으므로 믿을 수 없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p026>'실록이 풍부한 사료를 제공해주는 좋은 기록임에는 분명하지만 기록자, 평론자의 관점이

         개입되기 때문에 당연히 사료 비판이 돼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학계에서는 그런 사료 비판이

         전무하다. 그러므로 <광해군일기>만이 아니라 실록에 대한 사료 비판은 학계에서 앞으로 해야

         할 과제, 그동안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있는 과제이다.'

         나 또한 사료 비판에 대한 부분은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한다. 근거 없는 비판은 혼란 만을 가중 시킬 뿐이다.

         그저 이렇지는 않았을까 라는 질문. 거기까지이지. 그 상상의 나래를 근거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생각.

<p076>'제국은 생각처럼 대범한 존재가 아니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소심한 존재다.'

<p086>'언제나 그렇듯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이 있고, 오는 사람도 언제가 갈 것이었다.

         변화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변화에서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 가운데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과 부정적인 결과를낳을 가능성을 사람의 변화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p094>'예(禮)가 번쇄해지면 사람들의 삶을 매우 귀찮게 하지만, 실제로 예가 없으면 그 이상으로

         불편하다.'

<p128>'시대가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 아니, 사람이 바뀌면 시대가 바뀐다. 그래서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비교적 성숙한 사회나 사람들은 그 과정을 매우 근사하고 멋있게 처리한다.'

<p164>'역사의 탐구나 해석에서 인과성과 상관성의 경계는 뿌옇게 나타날 때가 많다. 이는 과거가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리에게 남아 있지도 않고, 남아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듬성듬성한

         사료를 가지고 과거를 재구성해야 한다. 재구성은 필연적으로 주관성의 개입을 가져온다. 그러나

         주관성이 개입되었다고 객관적인 해석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주관성은 객관성과 대립하지 않는다.

         남들이 납득할 수 있는, 즉 객관적인 해석도 있는 것이다. 이 객관성은 사료와 추론의 공정성과

         타당성에 의해 확보된다.'

<p168>'흥미롭게도 계축옥사는 대동법을 반대하던 세력이 찬성하던 세력을 몰아낸 형국이 되었다. 이런

         점에 유념하면서 계축옥사를 음미하면 그 옥사가 감추고 있는 중층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대동법의 좌절에는 광해군 대 내내 지속된 토목공사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물자와 인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되는 궁궐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세제도를 개혁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당국자라면 먼저

         내려야 할 두 가지 정책 판단이 있다. 첫째 재정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조 말 임시 양전 이후로는토지 결수를 파악하기 위한 양전이 광해군 대에는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 둘째, 그 재정 규모에 기초하여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했다. 당연히 대동법을 통한

         민생 안정이 우선이었으나, 광해군은 농업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2대 과대 소비라고 알려진

         토목을 선택했다. 민생 안정 대신 과대 소비를 택한 것이다.'

<p179>'나는 사람의 삶에서 개혁과 혁명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개인의 삶이든, 사회의

         경우든. 그러나 개혁과 혁명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삶은 리듬을 가질 때 유쾌하고 안정된다.

         개혁과 혁명은 그 리듬이 바뀌는 시기다. 그래서 안정적이기보다 불안하고 유쾌하기보다 긴장된다.

         생명은 그 자체로 리듬이고, 따라서 안정을 요구하며, 그 안정감에 따라 몸이 상쾌해진다.'

<p188>'제도의 역할은 지속시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을 지속시킬 수 있고, 가장 나쁜 것을 지속시킬 수도

        있다. 지속이 좋은지 나쁜지는 그 제도가 처한 역사적 타이밍에 의해 결정된다. 경연은 군주 혼자

        판단을 내릴 때 초래될지 모르는 자의성의 위험을 피하고, 현안이나 정책을 근원적인 비전 속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적 장치였다. 그래서 하루 세 번, 몇 시간 이상 함께 논의하고 검토하는

        장치를 받아 들였다.'

<p208>'차츰 신하들도 광해군에게 경연에 나오라는 말을 적게 하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말을 한다는

        것은 소통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말을 않기 시작했다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p212>'광해군이 폐위된 이유는 당연히 경연만이 아니다. 대동법의 유야무야, 궁궐 등 토목공사로 인한

        재정 및 민생 파탄, 끊임없이 이어지는 옥사로 인한 정치 기반 약화, 형과 아우 및 인목대비에 대한

        탄압 때문에 생긴 민심 이반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외교는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띠게 됐고 매관매직, 여알 정치는 덤으로 따라왔다.'

<p264>'많은 군주가 궁궐의 크기를 권력의 크기, 존재감의 크기로 생각했다. 백성과 함께

        누린다는 생각에 방점을 찍기보다 자신의 특별한 존재를 상징하는 한 방법으로 궁궐을

        생각했다. 조형물의 효과라고 부를 수 있을까? 광해군의 궁궐 공사에도 이런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다. 새로 지은 창덕궁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늘 하소연했다. 그는 기존 궁궐에서 매우 불안해했고, 그 결과 풍수설에 깊이 빠져들었다.'

<p284>'즉위 초부터 계속된 공사에 물력이 모두 고갈돼가는 상태였다.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재원조달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백성들을 쥐어짜는

        것이다. 그것은 결포였다. 토지를 가지고 있는 소유주에게 세금 외에 별도로 포를 받는

        것이다. 일종의 추가 세금이었다.'

<p287>'은결, 누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토호나 권력을 끼고 있는 자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결포는 또 자영농이나 소작농을 중심으로 한 일반 백성에게 떨어졌다는 의미였다.'

<p311>조선과 명나라 군대가 후금에게 패한 뒤인 광해군 11년 8월, 명나라 황제는 조선 정부에

        위로금을 보내왔다. 그러나 그 은은 궁내로 들어가고 전사자 가족이나 부상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p359>'자연사 할 만큼 나이가 먹은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격이랄까? 새로운 문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을 당한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은 망국의 실제를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조선의 망국을 이해하는 우리의 관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p360>'역사에 가정이 없다는 말은 역사가 가정이 낳을 허구에 기초하지 않고 사실에 기초해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p362>'왜 하필 그때 그랬을까? 조선 사회와 인민들은 광해군 15년 동안의 시간을 '잃어버렸다.' 민생

        회복, 사회 통합, 재정 확보, 군비 확충, 문화 발전 등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이 오히려

        그 반대로 흘러 갔다. 그 15년을 잃지 않았다면, 동아시아 판도는 달라졌을 것이다.....무너진 사회의

        기강을 세워 그래도 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했으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어야 했다. 그러다가 미처 여력이 없던 차에 닥친 침략에 허둥대기도 하고 답답하여

        죽고 싶기도 했다가, 다시 일어서 하루하루 이 땅에서의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지금 우리처럼.'

 

 

 

 

내가 받은 교육 속에서 광해군은 폭군이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고

할일 없는 수업 시간. 선생님께서 광해군의 외교 정책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아! 광해군은 폭군이 아니구나. 로 인식이 변해갔다.

2002년 여름. 방학을 맞이하고 할일 없이 빈둥거리는 난 심심해서 인터넷 교보문고

사이트에 들어갔고. 50% 할인하는 7권 대하소설을 싸다는 이유로만 무작정

구입을 했다. 책 한 권도 완독을 해본 적이 없던 내가... 대하소설을?

스스로도 믿지 못했지만 읽기 시작한 책. 7권의 책은 이틀 만에 모두 읽었다.

눈에서 뗄 수 없었다. 우연치 않게도 흥미롭게 들었던 광해군과

인조반정. 임경업 장군을 중심으로 임꺽정전과 같은 의형제들.

활빈당에 교몽이 역모죄로 죽음을 당한 허균의 아들이라는 전제.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소설 압록강은 나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도 늘 광해군은 폭군이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히

독서모임에서 만난 분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오항녕의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그 속에서 만난 광해군은 분명 실정한 왕이었다.

작가는 그 시작에서 큰 전제를 달았다. 광해군이 폭군이 아니라 주장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실록, 즉 사료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 것이냐는 점.

분명 광해군일기는 인조반정에 성공한 이들이 만들어냈다는 것.

이 점은 나 또한 늘 가정하는 식의 역사 드라마, 영화를 보며 생각했던 부분이다.

분명 개인들의 상상 속에서 사료는 믿지 못해도 좋은 자료이지만... 역사학자들에겐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은 사료에 근거해 광해군의 실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여전히 거기까지였다.

이 책은 오로지 광해군이 실정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 포격을 하고

있었다.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

 

이런 교과서 같은 책. 책을 좋아하고 난 이후에도 읽기 어려웠던 분류.

하지만 이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은 잘 읽혀갔다.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과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속도를 늦출 법도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광해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교육의 중요성을 또 다시 깨달았다.

만약 학교에서 교사가 두 가지 주장을 모두 설명해주었다면...?

내가 겪은 교사의 교육은 모든 가능성을 알려주고 학생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

교사가 믿는(?) 것을 주입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사실상 믿고 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 준 책.

그리고 난 스스로 생각을 정하면 반대로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 책.

이 책에서 작가는 광해군 시절의 모든 것을 사료에 근거해 작가의 관점에서 설명해준다.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 그중 하나. 조선의 한 페이지.




광해군

저자
오항녕 지음
출판사
너머북스 | 2012-09-08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광해군에 대한 21세기의 반정(反正)”“나라를 망하는 과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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