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2권 (14.02.19~25)

2014. 2. 25. 17:18Book Story

1


소설 조선왕조실록.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믿음사에서 진행하는 시리즈물.

그 이야기에 단걸음에 서점에 가서 사려 했으나, 신간이라

재고가 없어 인터넷으로 구매를 했다.

애초에는 여러 작가가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김탁환 작가의 단독 진행.

기존에 나왔던 소설들과 빠진 시대와 장면들은 새로이 써서

약 60권으로 구성된다고 하니... 너무도 기대된다.

더욱이 '압록강' 또한 포함될 것이라 생각되니. 더 기대.


의도치 않게 최근 보는 드라마와 책들이 모두

'정도전'에 관한 것들. 그렇기에 기대감은 배가됐다.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시작.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의 이야기.



구매기 - 2014/02/14 - [Daily Life] - 동원서적 나들이









2(스포 포함)


[14.02.19 / 1권 p5~58]

믿음사.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 그 첫번째 이야기. 여러 소설, 드라마, 평전 등에 묘사된 삼봉 정도전. 그 공통점은 '원칙'이다. 다소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큰 원칙 아래... 기존 사회의 관행이나 인연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 비범함을 넘어선 대쪽같은 성품. / 이 소설은 이성계가 해주에서서 낙마하는 순간부터 정몽주 살해까지를 그린다고 하니. 벌써부터 아쉬움이^^; 시작 초반. 저자는... 사건과 장면 흐름보다는 그 속의 인물 관계와 심리묘사에 집중할듯 보인다. 사건의 흐름을 짚는 것보다 덜한 흥미겠지만. 그래도 기대된다!


[p7 중에서]

내가 택한 나날은 이성계가 해주에서 낙마하는 순간부터 정몽주가 암살당하는 순간까지다.


[p9 중에서]

억울한 이는 예나 지금이나 이 땅의 백성이다.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매 맞아 죽어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국가는 그들을 위해 울어 주지 않았다. 인간은 과연 얼마나 절망해야 혁명을 꿈꾸게 될까.

만물엔 틈이 있고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는 노래를 듣고 좋았다. 

이 소설이 틈이기를 바라며, 뜨거운 이름들을 찬찬히 불러 본다. 


[p40 중에서]

"강함과 약함,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상식과 몰상식으론 정도전을 평하기 어렵사옵니다. 하교하신 대로, 그는 그 둘을 함께 드러내면서도 모순을 느끼지 않사옵니다. 겉으로 보기엔 상반되는 언행을 아우르는 더 큰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의(義)이옵니다. 의에 부합된다고 여기면 정도전은 무엇이든 하옵니다. 의가 아니라 판단하면 무엇도 하지 않사옵니다. 봄날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도 그이옵고 겨울밤의 차갑고 매서운 폭설도 그이옵니다. 넉넉하게 벗의 허물을 감싸 안는 이도 그이옵고 발톱을 세우고 매의 눈으로 오장육부를 찢어 댈 것처럼 달려드는 이도 그이옵니다. 그의 지나침은 의(義)를 철저하게 따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사옵니다.“


[p54 중에서]

"...고려의 역사를 되짚어 보자면, 소수의 영특한 왕이 용상을 차지했을 땐 그래도 나라가 큰 우환 없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왕이 보위에 올랐을 땐 나라가 하루아침에 엉망이 되고 백성은 질병과 굶주림과 전쟁으로 인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지요. 이런 잘못을 범하지 않으려면, 누가 왕이 되든지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정돈된 법과 제도가 있어야 하며, 그 법에 근거하여 강력하게 신하들을 뽑고 군사들을 거느릴 권한이 재상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어느 왕이 용상에 앉아서도 제 뜻대로 명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겠는가. 왕 노릇을 할 기분이 안 날 게 뻔하지 않느냐. 또한 네 말대로 모든 권력을 재상에게 집중시킨다 해도, 그 재상이 멍청하거나 혹은 제 욕심만 차린다면 나라가 어지러운 건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네놈 목숨부터 위태롭겠다. 내가 왕이라면, 모든 권력을 신하인 재상에게 넘길 궁리를 하는 너부터 능지처참하겠어. 오늘 우리한테 들려준 이야기를 절대로 다른 이에게 발설하지 말거나. 특히 왕이나 왕이 되고자 꿈꾸는 자에겐.“


[14.02.20 / 1권 p59~150]

정몽주, 정도전, 이성계, 이방원. 각각 인물의 묘사가... 제법 그럴 듯 하다. 다만, 논란의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태종 이방원에 대한 부분은 조금 더 생각하게 된다.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도 그렇고, 이 책 또한 그 중심을 '정도전'에게 두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이방원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 듯.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보내는 편지. 와닿고, 와닿는다.


[p74 중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소. 종전의 영광을 누릴 장수로 지목받는 건 장수로서 행복한 일이지만, 평화는 짧다오. 평화가 깨져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전쟁 중에 잠깐, 아군과 적군의 힘이 엇비슷하여 선뜻 무기를 들지 못하는 지극히 짧은 순간에 평화가 깃드는 것이오...."


[p75 중에서]

"여진이든 왜든, 도적 떼에게 노략질당한 마을의 몰골은 비슷하다오. 타오르는 집, 흩어진 시신,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며 잿더미에서 짖어 대는 개들. 이제 안전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해도, 인근 산천으로 숨어든 이들은 좀처럼 마을로 되돌아오지 않는다오. 겨우 집으로 와서 일상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항상 달아날 준비부터 하지. 바람이 불어도 구름이 몰려와도 비와 눈이 내려도 불길하고 또 불길한 게요. 서로 의심하고 다투고 그러다가 마을을 떠난다오. 폐가만이 남은 마을이 서북면과 동북면의 국경을 따라 또 남해와 동해와 서해의 해안을 따라 즐비하다오. 이 죽음의 마을을 삶의 마을로 바꾸는 데 부족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소. 내가 장졸을 이끌고 나아가서 대승을 거두면 떠났던 이들이 소식을 듣고 안심하며 귀향한다오. 그렇게 다시 활기를 되찾은 마을이 100곳이 넘소. 그 마을들이 꼭 내 고향 같소이다."


[p114중에서]

반백 년을 넘기고 보니 더 배우고 덜 배운 차이는 백지장보다 얇다. 협곡이나 강처럼 큰 갈림은 대부분 얼마나 초심을 지키느냐에 달렸다. 변명이 변명을 낳고 또 변명을 낳아서 초심을 짓누르고 덮고 삼켜 버린다. 


[p128 중에서]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으뜸 학자가 최고 선생이 아닐 때가 훨씬 많다. 


[p138 중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는가. 한문을 익힌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네. 이 문자를 익힌 덕분에 수천 년 축적된 지식을 내가 공부하게 되었으니까. 


[p139 중에서]

그렇게 문장 속에서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한다네. 서생이 서안 앞에 앉아서 편하게 서책을 넘긴다고, 그 서책을 지은 이들의 삶이 결코 평안하거나 고요하지만은 않지.


[14.02.21 / 1권 p151~181]

구성이 좋다. 18일이라는 기간을 담은만큼. 각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때론 상황을 때론 대화를 때론 회상을 때론 편지를 담는다. 


[p167 중에서]

명나라 사신을 죽이고도 명군의 지휘관을 할 만큼, 개개인의 삶이 구름으로 흐르다가 비로 내리다가 다시 안개로 깔리는 혼돈의 시절이었다. 


[14.02.22 / 1권 p181~265(완) / 2권 p9~44]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보내는 편지. 그것을 통해... 지난 시간들을 얘기한다. / 불현듯... 이 작품의 시기가 '불의 꽃' 서로와 녹주와 같음을 생각함. 같은 시기... 다른 상황, 다른 고민. 다른 생각... 같은 것일까?^^; / 이방원에 대한 정도전의 시선. 그것이 반복되니...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 정말 그런 것이었을까.


[p186 중에서]

어른들은 지킬 것이 많다며 나누고 거리를 두고 벽을 쌓으려 든다. 사방이 뚫려 바람과 냄새와 또 짐승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곳에서 단 하룻밤도 편히 잠들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는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떠나가는 모든 것들을 아쉬워한다. 처음 만나는 것들이 낯설긴 하되 위험하다며 피하진 않는다. 먼저 마음을 열고 먼저 손을 내민다. 나 역시 아이의 마음으로 이 나라 백성을 만나고 싶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내가 품고자 했던 아이의 마음을 어디에 두고 왔단 말인가. 


[p192 중에서]

혁명이 무엇을 먹고 자라는 줄 아는가. 절망이라네. 분노에 뒤이은 실패 그리고 절망. 이 셋을 반복하는 동안 혁명은 싹이 트고 뿌리와 줄기가 뻗고 가지가 펼쳐진 뒤 꽃이 피고 열매가 매달리지.


[p225 중에서]

문신 중엔 모든 일을 생사의 문제로 취급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대장군도 물론 전장에선 언행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전투가 끝나면 내 편이 아니더라도 벌하지 않는다. 판단을 미루고 일단 끌려가기도 한다. 시간을 낭비하고 돈도 허투루 쓴다. 죽음의 문지방은 한 번 넘으면 돌아올 수 없지만 그 외엔 돌이킬 수 있다. 대장군의 너그러움은 전장을 아는 자의 여유다. 이도 저도 아닌 날들이 인생엔 훨씬 많다. 포은도 소싯적에 자주 내게 충고 아닌 충고를 했었다. 


[14.02.24 / 2권 p45~164]

훔. 늘 이 시기를 돌아보면... 포은 정몽주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500여년을 이어 온 고려라는 판에서는 도저히 펼칠 수 없는 그 뜻이기에. 삼봉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기에. 이 책 또한 삼봉 정도전을 중심으로 쓰여졌기에...^^; 삼봉 정도전이 포은 정몽주에게 보내는 편지. / 포은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 또한 납득이 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주 간단해 보이는 어떠한 사실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사실은 아주 복잡한 실타래가 존재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기에. 어쩌면 포은의 이야기 또한 그 일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고민하는 것은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고통스럽다. 포은 정몽주가 삼봉 정도전에게 보내는 편지. 


[p66 중에서]

"슬픔을 느끼지 않고 이치만 따지기 때문에 백성이 정치가를 믿지 못하는 겁니다. 왜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죽임을 당하는 일, 흉년이 들고 돌림병이 도는 일, 또 수십 년을 함께 산 황소가 갑자기 숨을 거둔 일, 이 불행들을 어떤 이치로 명쾌하게 설명하시렵니까? 우는 것 외엔 답이 없는 일도 꽤 많습니다.“


[p106 중에서]

너는 말하는 것보다 다섯 배 더 써라. 쓰는 것보다 다섯 배 더 읽어라. 읽는 것보다 다섯 배 더 의(義)를 행하라. 너보다 민첩하게 다섯 배 더 행하는 자를 만나면 평생의 스승으로 모셔라. 


[p117 중에서]

"천 마디 말보다 한 편의 시가 낫고 백 마디 행동보다 한 곡의 노래가 더 사람의 마음을 절절하게 흔들 때가 있사옵니다. 태고의 정을 들려주는 데는 거문고만 한 것이 없사옵니다."


[14.02.25 / 2권 p165~255(완)]

어느새 책 속의 정도전에게 동화된 것일까. 이방원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시가 돋힌다. 이미 알고 있는 결말임에도... 이리 가슴이 저려오는건. '아쉬움' 때문일까? '현실과의 비교' 때문일까? 이 책은... 역사, 조선, 정도전에 관심이 없다면 그리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 사건의 흐름보다는 그 속의 세 인물.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의 마음 이야기.


[p200 중에서]

잠은 죽음의 연습이라고 했던가. 매일 잠을 청할 때, 혹은 잠들지 않으려고 버틸 때, 나는 죽음의 문지방을 오갔다. 잠에서 깨어날 때 이것이 끝이 아니며, 따라서 또 다른 연습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p221 중에서]

"전쟁터에서 적을 죽이는 것은 아비의 일이다. 나는 네가 등과하여 만백성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기를 바랐다. 천천히 덕을 쌓아 어진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게다.“


[p233 중에서]

나는 특히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부끄러움은 오로지 나에게로 향하는 법.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더 많이 부끄럽다. 내가 저지른 잘못들이 병풍 그림자처럼 깔려 오는 탓이다. 사과하고 싶지만 상대가 이미 곁에 없거나, 있다 해도 그 일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

저자
김탁환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4-02-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첫걸음 정도전, 정몽주, 이성계, 세 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상세보기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2

저자
김탁환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4-02-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첫걸음 정도전, 정몽주, 이성계, 세 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상세보기


상세보기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것을 다루는 역사소설의

흥미 포인트는... 역시 과정의 상상력이다. 

정해져 있는 결말에 이르는 그 과정을... 상상력으로

듬뿍 채운 역사소설을 읽는 재미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은 그런 재미를 안겨주진

않는다. 포인트는 사건과 시간의 흐름이 아닌 그 속 

인물들의 마음이다. 

약간은 아쉬웠던 시기의 설정. 해주에서 이성계가 

낙마하는 순간부터 선죽교에서 정몽주가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를 그렸다. 

구성은 각 인물의 관점을 그리며, 대화 속, 편지속에서

과거와 현실을 아우른다. 포은 정몽주와 삼봉 정도전의

관계. 정몽주 정도전과 이성계의 관계. 

정몽주 정도전과 이방원의 관계. 

주 시점은 당연히 정도전이기에... 그를 통해 바라본 

나머지 인물들의 평가가... 때론 납득이 가지만

때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내가 제일 흥미롭게(?) 바라본건 태종 이방원을 바라보는

정도전의 시선이다. 그리고 마지막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의

대화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이 씁쓸할... 내용이 나오니.

가슴이 저려온다.


이렇게 리뷰를 쓰다보니... 이 책은 그 방법만 다를 뿐.

정해져있는 결말에 다가가는 과정. 그 도구를 '마음'으로

삼은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겐 더욱이 흥미로울 이 다음의 이야기들이...

나온다면 이방원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

역사에 관심을 갖고, 조선에 흥미를 느끼고, 정도전에 애정을

갖고 있는 이들에겐 너무도 재밌을 작품. 다만, 막 역사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면... 그닥 권하고 싶진 않을 작품.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