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인생 (14.02.26~03.02)

2014. 3. 10. 21:09Book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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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된 어느 블로거의 리뷰. 생각도 나지 않는 구절과 빨간색 책 디자인에... 마음이 끌려 무작정 구입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 작가들의 작품은 많이 접했었지만. 유독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보지 않았던 터라 기대반, 걱정반. 사전 정보 없이... 오로지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 하나. 궁금증을 안은채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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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6 / p5~63]

서문. 작품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와닿았다. 이야기의 시작. 푸이구 노인의 사연은... 내 마음까지 눅눅하게 만들었다. 가감없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이 비록 푸이구 노인처럼 멋드리지게 묘사하는 것이든, 아니든. 그 자체를 원할 때가 있고. 지금의 내가 그렇다.


[p6 중에서]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 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p13 중에서]

이 소설에서 나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p63 중에서]

그러나 푸구이 노인처럼 잊히지 않는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자기가 살아온 날들을 그처럼 또렷하게, 또 그처럼 멋들어지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말고는 또 없었던 것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자기가 젊었을 때 살았던 방식뿐만 아니라 어떻게 늙어가는지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노인을 시골에서 만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가난하고 고생스러운 생활이 그들의 기억을 흐트러뜨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대개 지난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대충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자기가 살아온 날들에 별다른 애정이 없는 듯, 마치 길에서 주워들은 것처럼 몇 가지 사소한 일들만 드문드문 기억할 뿐이었다. 그리고 사소한 기억마저도 자기가 아니라 남에 대한 것이었고, 한두 마디 말로 자기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표현해버렸다. 그곳에서 나는 종종 젊은 세대가 그들을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이를 개 몸뚱어리로 먹었나.“


[14.02.27 / p64~113]

지나간 이야기를 할 때... 덤덤한 듯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자주 보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덤덤함 속에 있을 아픔과 절망이 느껴지곤 한다. 그 깊이가 가시가 되어 나를 찌르기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그 자체에서 재미와 의미. 더 나아가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나 또한 그러한데. 때론 그 자체가 버거운 순간이 있다. 단순히 내 이야기를 하면, 상대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건 아니더라. 지난 날을 돌아보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던 때를 떠올리면, 알듯도 하고. 모를듯도 하다^^;

푸구이 노인의 이야기. 챕터별로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나 했는데... 뒤를 휙 넘겨보니, 계속해서 푸구이와 자전 유칭이 나오는걸 보니. 푸구이 노인의 이야기만 듣나보다. 그럼에도 기다려지고... 궁금하다.


[14.02.28 / p114~164]

졸린 눈을 비비며 책장을 넘긴다. 그러다... 펑샤가 떠날 때는 아프고, 돌아올 때는 그래그래 고개를 끄덕이고. 푸구이와 유칭의 이야기에는 안타까움이 짙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네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이야기. 


[14.03.02 / p164~303(완)]

책장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있게 된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인생이란. 그리고 다시금 읽어내려간 해설. 글쎄.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그 해설이 달갑지 않았다. 그저 내가 이 '인생'을 읽고, 느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마음이. 슬프고, 고맙다. 먼저 떠나보낸 이들을 그리며 그저 나 죽을 때 걱정할 이가 없어 다행이라는 푸구이 노인의 시린 마음이 내 마음을 적신다. 


[p251 중에서]

그날은 눈이 유난히도 많이 내렸다네. 펑샤는 죽은 뒤 그 작은 병실에 누워 있었지. 그런데 그 방을 보는 순간 도저히 못들어가겠더라구. 십여 년 전 유칭도 바로 그 방에서 죽었거든. 나는 눈 속에 우두커니 서서 얼시가 병실 안에서 펑샤를 하염없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


[p278 중에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때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아주 안심이 돼.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러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지 않았나. 언젠가 내가 다리 뻗고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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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7-06-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람과 그 운명의 감동적인 우정위화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인생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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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계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가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있을 뿐. 이런 상황이 펼쳐졌을 때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할 수 없게 한다. 소설을 더욱이 좋아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 같다. 물론... 소설이 조금 더 잘 읽히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인생'이라는 제목. 그 이상은 없었을 듯 하다. 저자 또한 다른 제목은 고민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 푸구이 노인의 이야기. 처음에는 그저 책 속의 '나'가 여러 사람을 만나며, 여러 사연을 듣는건줄 알았다. 하지만 챕터가 더해갈수록 계속되는 푸구이 노인의 이야기에... 뒤를 뒤적뒤적. 계속 푸구이 노인의 이름이 나와. 한사람의 이야기를 '나'가 듣는 형식이라는걸 알아차렸다. 해설을 읽으며 이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긴 또 처음인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 다양한 해석. 하나는 겹칠만도 한데... 내가 '인생'을 읽고 느낀 감정들을 전혀 담아내질 못했다. 중국의 역사에 무지함도 이유겠으나... 그것보다... 푸구이 노인을 통해 그저 멍해졌기 때문은 아닐런지. 이 작품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너무 미화하였다고... 극화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푸구이 노인과 그의 사람들 이야기에서는 그저... '인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 이상은 설명할 길도, 필요도 없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