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8. 03:36ㆍBook Story
1
내가 읽는 네번째 김별아 작가의 작품. 드라마 '선덕여왕'의 원작이라기에. 더욱이 관심이 가고, 궁금한 작품. 다만, 읽기도 전에 아쉬웠던 것은... 원작을 먼저 만나지 못하고, 드라마를 먼저 봤다는 점이었다. 책을 먼저 만났다면... 그 인물 인물에 대해 내 머릿속에서만 인물들을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인데. 책을 읽어가면서 드라마 속 배우들을 떠올리는 것. 내겐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김별아 작가의 작품들
2014/03/11 - [Book Story] - [Book] 영영 이별 영이별 (14.03.10~11)
2014/02/18 - [Book Story] - [Book] 불의 꽃 (14.02.14~18)
2014/02/15 - [Book Story] - [Book] 채홍 (12.02)
2
[14.03.12 / p5~47]
2005년 펴낸 책을 보태고 보완하여 다시 출간한 개정판. 그 시작이 세다. 기존의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함이 보인다. 다만.... 미실이란 이름을 읽으면, 유이와 고현정이 보인다는 함정...ㅠㅠ 이래서 원작을 먼저 읽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
[p10 중에서]
내가 장악할 수 없는 인물,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미실은 실제로 내가 감당하기 버거운 여인이었다. 내가 훈련받은 도덕을 간단히 뛰어넘은 여인, 내가 아는 역사를 당당히 배반하는 여인, 자신이 부여 받은 시대를 가장 충실하게 살아간 배덕자.
[14.03.13 / p47~96]
선덕여왕 속 익숙한 이름들이 나온다. 등장인물 혈연 및 혼인관계를 보면... 그 복잡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초반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이 사람은 이사람과 아이를 낳고, 또 이 사람은 저 사람과도 아이를 낳는다. 복잡....하다....^^; / 세종을 꼬신 미실. 불같은 사랑을 접한 남정네의 전형적인 모습 세종.
[p82 중에서]
"사랑도 죄인가 봅니다. 죄를 짓는 만큼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군요.“
[p94 중에서]
미모와 색을 무기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화가 있다더니, 미실이야말로 그 요화의 현현이 아닌가 하였다. 지소태후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사람은 반드시 정도를 넘는 악을 가지고 있다'는 옛사람의 말을 다시금 상기했다. 극명한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파괴와 광기의 불온한 징후가 도사리고 있었다.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기 마련이었다.
[14.03.14 / p97~210]
세종과의 이별. 그리고 사다함의 등장. 불현 듯 드라마 선덕여왕 속 '사다함의 매화'로 등장했던 천문학책이 떠오름^^; / 다시금 세종과의 재회. 색공지신 미실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함. / 사다함의 죽음 / 드라마 '선덕여왕'과 '대왕의 꿈'을 보면서도 내내 불편했던 신라 왕실의 근친혼.;;
[14.03.15 / p211~368]
아들과 아버지를 동시에 품는 여인 미실.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진흥대제의 눈에 들어온 미실. / 미실의 권력 그리고 설원랑 속에서 발견하는 사다함과의 추억! / 동륜태자의 죽음. / 드라마 '선덕여왕' 속 세종과 하종. 그 이미지가 무참히 부셔진다. '미실' 속 그 둘은 완전히 다른 이들이다. / 미실을 다시 찾는 진흥제의 마음에서 신라가 고구려, 백제와 다름을 설명한다. / 문노의 등장. 문노와 사다함, 문노와 세종. 그리고 문노와 미실.
[p241 중에서]
미실은 점차로 권력이 어떤 것인지 알아갔다. 그것은 누군가를 제압하고 어떤 일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이다. 또한 그것은 누군가를 선택하고 싫어 꺼리는 어떤 일을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힘없는 여인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했던 숱한 일들, 자신의 의지와 하등 상관없는 선택으로 운명 속에 내동댕이쳐져야 했던 기억이 그녀를 더욱 냉철한 권력가로 만들었다.
[p326 중에서]
백만 개의 사랑이 곧바로 백만 개의 미움으로 둔갑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었다. 단 하나라도 미움으로 변치 못한 사랑이 남아 있다며, 그것은 온전한 미움일 수 없었다.
[p353 중에서]
금수들조차 그러하다. 씨를 뿌리는 수컷들은 의심과 불안의 숙명을 지고 있다. 수컷들은 공통적으로 혼인비행에 나선 수벌의 공포를 잊지 못한다. 그것은 추락을 위한 비상이다. 목숨과 맞바꾸는 교미의 의식이며 그로 인해 역할을 다하고 소멸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강력하게 결박되어 있는 죽음의 공포를 스스로 감수하는 데에는 거룩한 보존의 충동, 개체에서 개체로 이어지는 도저한 번식의 본능이 있다.
자기 영역을 강탈당한 수컷은 어찌하던가. 암컷들을 잃고 생존의 이유를 송두리째 앗겨버린 수컷은 오로지 두 갈래의 길이 남아 있음을 목도한다. 그 하나는 도태에 가까운 자멸, 그것이 아니라면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괴력을 발휘하여 시시각각 영역을 되찾을 꿈에 시달리는 것이다. 다시금 자기를 내쫓았던 수컷을 몰아내고 영역으로 돌아온 수컷에게 남은 일이란, 자기가 부재했던 동안 자기의 암컷이 생산한 남의 씨앗들을 모조리 물어 죽이는 살육의 행사뿐이다. 암컷이 목숨을 걸고 가로막아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들의 분노는 배신을 넘어서고 체념을 가차 없이 무찌른다. 가혹한 것은 개체의 보존이 절실한 고등의 존재일수록 그 본능이 가열차고 집요하다는 것이다.
[p364 중에서]
산정에서는 백제의 시조 온조가 축조했던 하남 위례성의 잔흔과 곡식으로 출렁이는 농토들이 까마득히 보였다. 비록 적국이지만 한때 왕성으로 추앙받던 그곳 역시 멀리서 지켜보니 한 점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점 하나를 찍기 위해, 모래알 하나를 흘리기 위해 세상에 왔다 가는 것이 삶이런가.
[14.03.17 / p369~503(완)]
진흥제의 죽음. 진지제의 등극. 그리고 버려진 미실. 복수. 진지제 금륜의 사생아 비형랑. 민가의 도화라는 여인의 아들이라 전해지는 인물. 드라마 '대왕의 꿈'에서 귀문단 수장으로 묘사됐었음. / 어렵사리 문노를 얻은 미실. / 진평제. 선덕여왕의 아버지까지 3대의 황제를 모신 미실. 세월의 무게. / 보종의 탄생. 어떤 기록이든, 기록에 의지해 쓰여진 작품과 그 작품을 바탕으로 또 그 기록마저 허물어뜨린 드라마. 훔. / 어쩌면 가장 처절했을 세종과 설원랑의 죽음. 그리고 정해진대로... 뒤를 따른 미실. / 한 여인의 음탕함? 인간의 본성? 가치 판단의 기준? 생각보다 여운이 긴 작품.
[p381 중에서]
사람은 저마다 져야 할 짐이 따로 있다. 전생의 업보에 의해 각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다르려니와, 자기 짐을 남에게 떠넘기고 남의 짐을 자기가 대신 짊어질 방도도 없다. 무겁기는 매한가지다. 평생토록 맨손으로 흙을 파는 촌부나 비단을 휘감고 보옥화 휘늘어진 관을 쓴 황후나 봄꿈처럼 짧은 차안을 허덕이며 스쳐가긴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삶은 사치스럽고 궁핍하다. 누리는 복락은 천양지판 차이가 난다 하여도 그 내밀한 이치는 상하귀천의 분별 없이 공평할 따름이다.
[p449 중에서]
세월이 흐른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스친 냉정한 흔적은 백발과 주름살로 남았지만, 포개어 쌓인 경험과 연륜이야말로 팽팽한 피부와 흑발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었다.
[p472 중에서]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저도, 오직 자기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 정해진 선택은 아닐까. 운명과 선택, 운명과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3
'불의 꽃', '채홍', '영영 이별 영이별'. 모두 여인이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조선이다 보니... 여인은 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실은 그 시작부터 다르다. 시기와 시절이 다르니, 문화가 다르고... 받아들이는 나로서는 더욱이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김별아 작가는 내가 읽은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표현 하나하나를 더욱 거칠게 그렸다. 일전에 '인생'의 저자 위화가 말한 내용을 소개했듯이, 저자가 써내려간 작품은... 그것이 출판되는 순간 더이상 저자의 것이 아니다. 읽은 독자의 수만큼 존재하는 것. 책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건... 책이 진짜 어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받은 교육의 결과로서, 그 책의 해설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아닐지...^^; 사설이 길었지만, 이 미실에 대한 의미 또한 저자의 의도나 해설한 전문가들의 생각과 달리. 그저 난 한 시대의 여인 한명의 삶에 집중했다. 지금은 더욱이 그렇지만, 당시에도 특별했던 '미실'이라는 여인의 삶을 바라보며... 위화의 '인생'에서 푸구이 노인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작가의 작품을... 한번에 읽는 것에는 그 작가의 색을 깊고... 진하게 음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매 작품 너무 비슷한 향을 내는 작가라면 조금은 지루하고, 뒤에 읽은 작품의 진면목을 보지 못할 수도 있는 단점도 있다. '미실'은 비슷한듯 다른 네 작품 중 가장 뒤에 읽어서 그런건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그 맛이 조금은 떨어진듯한 느낌^^;
'Book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4.03.20~26) (0) | 2014.03.26 |
---|---|
[Book]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14.03.20~25) (0) | 2014.03.26 |
[Book] 가미가제 독고다이 (14.03.17~20) (0) | 2014.03.24 |
[Book] 역사e 2권 (14.03.14~19) (0) | 2014.03.19 |
[Book] 제3인류 4권 (14.03.15~16) (0) | 2014.03.18 |
[Book] 애완의 시대 (14.03.10~13) (0) | 2014.03.18 |
[Book] 영영 이별 영이별 (14.03.10~11) (0) | 2014.03.11 |
[Book] 인구론 (14.03.03~07) (0) | 2014.03.10 |
[Book] 이 시대의 사랑 (14.03.03~04) (0) | 2014.03.10 |
[Book] 인생 (14.02.26~03.02) (2) | 2014.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