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6. 03:46ㆍBook Story
1
한 작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물론... 그 작가의 작품이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의미를 준다면 말이다...^^;
정말이지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작가. 김별아. 내가 읽게 된 첫 작품. 채홍. 그리고 작가명을 되짚어보게 해준 불의꽃. 그후 읽게 된 책들. 구입한 김별아 작가의 책들, 그 마지막 산행 에세이.
김별아 작가의 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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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5 - [Book Story] - [Book] 채홍 (12.02)
2
[14.03.20 / p5~37]
“언제나 첫 마음”. 산행기는 또 처음이다. 산을 유별나게 좋아했던 내게는...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 무언가 풋풋함이 느껴진다. / “흔들리며 가는 삶”. 스스로 늘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후부터. 어쩌면 조금 더 겁쟁이가 된건 아닌가 싶다. 때론 일반 하다가 왜 내가 이걸 하는지에 대해 알기도 하지 않는가...^^;
[p16 중에서]
과학은 믿음을 시시하게 만든다. 하지만 믿음의 신비는 과학보다 훨씬 오랫동안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여전히 변화무쌍한 그것에서 불멸을 찾고, 푸닥지게 많은 그것으로부터 절대를 구하며,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한 점의 빛에 불과한 그것을 통해 영원을 꿈꾼다.
[p20 중에서]
“여자 어른들 중에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바깥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
두꺼운 화장으로 맨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집 바깥으로 나설 수 없는 여자들처럼, 삶을 포장하고 가면을 들쓰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내디딜 수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p29 중에서]
담금질을 하면 쇠가 더 단단해지는 것과 같이 시련과 고통은 큰 그릇을 더욱 크게 만든다....지만, 괜히 잘못 두들겼다가는 대부분의 작은 그릇들을 부수거나 찌그러뜨리기 마련이다.
[14.03.21 / p38~83]
“절망까지도 재산이다”. 나도 유독 겨울산을 좋아한다. 봄, 여름, 가을의 산은 각각의 느낌을 갖고, 바라보기에 바쁘다면, 겨울산은 오직 산 속에 있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 “바닥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성탄절에 겨울산이라. 적막도 고통스런 산행도 부럽게 들린다. / “쪽동백나무에게 배우다”. 김별아 작가의 말처럼, 산에 오르면... 자연스레 ‘시간’과 만난다. 난 가끔 산에 올라 나무를 바라보며... 같은 그 나무를 바라보고 만졌을 다른 시간, 다른 누군가를 그려본다. / “오늘은 오늘에 단 한 번뿐인 하루”. 혼자가 아닌 여러명이 산행을 하면... 참 많은걸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선두와 후미가 산행단의 중심이라는 사실. 또 선두는 너무 빠르면 안되고, 후미는 너무 느려선 안된다. 그리고 그 중간의 이들은 선두와 후미의 고통을 모른다는 사실.^^;
[p41 중에서]
한때 나는 빨리 나이를 먹어 삶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언제까지나 낯설고 서름하게 삶의 모퉁이에서 서성거리고 싶지 않았다. 영원히 경계인, 국외자, 이방인으로 떠돌며 살게 될까 봐 겁이 났다. 익숙해진다는 건 길들여지는 것, 타협하는 것, 설렘과 떨림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지고, 낙낙한 품을 가진다는 뜻이리라 믿었다. 희망도 기대도 없이 빨리 늙고 싶다는 소망을 가질 만큼 오만방자했던 그때, 나는 울울창창한 한여름의 나무 같은 젊음이었다.
[p42 중에서]
더 이상 기대고 비빌 곳도 없다. 부모님은 시나브로 늙어가고 아이는 빠르게 큰다. 도망칠 데도, 숨을 곳도 없다. 이제 나는 한때의 초록을 까맣게 잊고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고스란히 알몸뚱이로 서 있는 겨울 나무가 되어간다.
[14.03.22 / p84~105]
“산 너머 산, 삶 너머 삶”. 배고프기 전에 먹고, 목 마르기 전에 마셔야 하는 산의 법칙.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여인네들을 위해 조르바를 등장시켜주는 센스^^)! / “오브라디 오브라다 라이프 고우스 온”. 산을 오르며 생각하는 삶의 고비고비들. 유독 정화시켜주는건 신선한 공기 때문일까?^^;
[p98 중에서]
그러나 살다 보면 어리석고 미련하게라도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으니, 그래야만 꼭 이룰 수 있는 일과 얻어낼 값진 것이 있으리니, 그 비이성이야말로 즐거운 비이성이며 그 불합리야말로 진지한 불합리가 아닐까?
[p100 중에서]
그런데 삶에서도 그렇지만 산에서도 평탄한 것이 꼭 좋지만은 않다. 모두들 고통과 시련이 없는 평평하고 탄탄한 큰길을 걷기를 원하지만 정작 굴곡이 없고 요철이 없는 길은 지루할 뿐만 아니라 걷는 사람을 게으르고 무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14.03.24 / p106~211]
“약자가 곧 승자다”. 산을 타며... 바라보는 인생. 그 깊은 의미. / “아름다워서 다르고 달라서 아름다운”. / “지나간 만큼 좋다”. 모두 다 지나간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산행 권태기라는 표현 와닿았다. 그럴 때 이유없이 무작정 심장이 터질 때까지 올랐던 기억. 어느새 그 고통에 중독됐던...^^; / “우리 동네 통장 쌀집 아저씨의 행복”. 아아 소백산. 그 아득한 이름. / “조오흘 때다!”. 태백산. 21세기의 첫날, 첫해를 바라봤던 그곳. 조오흘 때다!! / “버리고 비워야 얻는 반짝임”. / “나는 너의 마지막 사람”. / “당신만의 백두대간”. / “고통은 가치가 있는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 그 끈질김에 감히 박수를.
[p115 중에서]
하지만 산에서 ‘버리는’ 시간이란 한순간도 없다. 어차피 인생은 더하고 빼어 고스란히 빈손인 제로섬 게임에 불과할지니, 버리는 만큼 얻고 얻은 만큼 언젠가 잃는다.
[p125 중에서]
아직은 요망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것은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나 무심히 들춘 머릿속에서 흰머리를 발견할 때가 아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다 안쓰럽고 애틋해 보이고,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질 때다.
[p187 중에서]
내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나는 부모에게서 받았던 것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있을 뿐이다.
[14.03.25 / p212~284(완)]
“자존은 소유되지 않는다”. / “길섶에서 보물을 찾다”. 유독 많이 나오는 가족의 이야기들. 가족 산행. 참 의미가 깊지만... 아주 가끔은 가족간의 무언가를 파괴할 수도 있겠단 생각^^; / “깊은 눈맞춤이 이루어지는 순간”. / “길의 사랑, 사랑의 길”. / “남기고 가져갈 것은 추억 뿐이다”. / “수수하고도 사소한 기적”. 함께...라는 말이 와락 가슴을 때린다. / 나 또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 바로 백두대간 종주다. 다만... 그와 별도로 산행기라고 하니. 글쎄. 재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 하지만 읽고나니... 산행기만큼 재미나고, 의미깊을 에세이가 또 있을까 싶다. 말 그대로 산 아닌가. 그곳을 거닐며 한 생각들만 적어나가도 책 한가득일터이니^^. 처음 읽게 된 산행 에세이. 참 뜻 깊었다. 곧 정유정의 산행 에세이가 또 나온다고 하니. 기대~!!!!
[p220 중에서]
산이 아프면 그에 기대어 사는 사람도 삶도 아프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어리석은 짐승인 사람은 많이 아픈 후에야 지난날의 축복을 추억하며 깨닫는다.
3
최초에는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가 산행 에세이인지 몰랐다. 그저 소개된 책들 중 선택했을 뿐이었으니. 몰랐으니, 더욱이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산행 에세이라니...; 그렇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작품이다. 첫 챕터를 읽어가며... 바로. 산행 에세이야 말로... 내가 가장 좋아할 에세이 장르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여기에는 저자가 누구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산을 오르며, 느끼는 감정들, 보이는 사물들. 이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과 다채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이기에. 산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욱이 재미나게 다가왔다. 산행을 꺼려하던 한 아이가... 종주 후반부 열병이 나자... 산행을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는 일화처럼. 산에 빠지면 정말이지 답이 없거늘...
김별아 작가는 여자로서, 엄마로서, 또 작가로서. 산을 오르며 느끼는 생각들. 상황들을 일정별로 적어놨다. 때로는 와닿고, 때로는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부럽고. 한 작가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또 더욱 알게 되는 과정. 즐겁고 또 즐겁다. 다만, 산행 에세이였기에 큰 부담감이나 걱정이 없었던건 아닌가 싶다. 한명의 작가를 안다는 것은 그 개인이 아닌 그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기대하게 하는 것이지. 그 작가 개인의 삶을 알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나 내게는 그렇다. 그 개인의 삶과 개인의 생각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면... 기다리던 다음 작품에서 오는 실망이 제법 크더라^^;
곧 좋아하는 작가, 정유정의 산행 에세이도 나온다고 하던데. 무작정 소설만 기다리던 내게... 그 책을 읽을 이유를 안겨준 작품. 또 너무 오래 산을 멀리했던 내게... 몸이 근질근질하게 만들어준 작품. 꿈이기도 한... 백두대간 종주에 대해...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상상을 안겨준 작품. 산을 좋아하든, 아니든. 김별아 작가를 알든, 모르든. 그저 지치고 힘들때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작품.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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