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7. 15:53ㆍBook Story
1
종교 문제는 늘 조심스럽다. 때로는 조심스러워 하는 내 자신이 싫다. 그 가장 큰 중심에는 싸우기 싫다는 비겁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매일 오는 정보메일을 받았고, ‘서초교회 잔혹사’에 대한 소개를 받게 됐다. 제목부터 확 끌렸다. 교회에 대해 참 할말이 많지만... 늘 침묵해 왔던 내게... 또 하나의 관심가는 책이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기 전, 인터넷 상에 해당 제목을 검색해보니...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가 바로 ‘사탄’이었다. 허참...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탄이라니. 설사 이 책이 완벽한 허구에 사실을 왜곡한 책이라 할지라도, 사탄이라니...;; 착잡한 마음과... 혹시... 나조차 너무 선입견에 둘려쌓여버린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2
[14.03.27 / p7~308(완)]
“사자 사냥꾼의 등장과 살생부”. 규모가 커질수록... 권력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곳이 종교와 관련이 있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권력에 대해 실체를 봐버렸던 나에게는 더욱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결국 한낱 인간의 욕심이 큰 그릇에 금을 긋고 있는건 아닌지. / “요루바족 언어가 준 교훈”. 글쎄. 교회 내부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모르기에.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 “잇 해즈 섬 굿 포인트”. 글귀에서 서늘함이 느껴진다. / “글로벌 미션을 수행하라”. 역사를 잘 모르는 이도 정치와 종교가 뗄레야 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것. 그리고 한국 내에서의 영어. 그 아니꼬움을 교회에서조차? 훔... / “마침내 올 것이 오다”. 참 많은 일화가 떠오른다. 허구임을 밝히는 소설임이 분명한데... 장면 하나하나가 비기독교인인 나에게 조차 날카롭게 다가온다. / “하나님의 거룩한 뜻”. 무엇을 기대했던걸까. 소설 속 주인공 장세기 목사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적어도 한 개인으로서는. 하지만 목회자로서는 똑띠 말할 수 있다. “하늘 아래 부끄러운줄 아쇼!” / “보이느냐, 공중의 저 새가”.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될 자들이 권력을 갖게 되는 것. 그 자체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그 자리에서 펼치는 일종의 마술이다. 여기서 또 더 놀라운 것은 내 기준에서 너무도 허접한 그 마술이 제대로 먹힌다는 점이다. / “중용된 이유가 밝혀지다”. 장세기 목사가 표준이다. 이 시대의 일반적인 사람. 그래서 내가 함부로 개인을 욕하지 못하는. / “운명을 건 최후의 영적 전쟁”. 허허. 가능한 시나리오기에... 허허. 그저 헛웃음만. / “소나무야, 소나무야, 푸른 소나무야”. /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저자. 그래.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이미 벌어진 일일지도. 책장을 덮고 밀려 오는 두 가지 아쉬움. 소설로서 끝나는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는 아쉬움, 어쩔 수 없이도... 치부만을 드러낼 수 없었다는 아쉬움.
3
대한민국에서 규모가 크기로 몇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교회 두곳. 그 중심에 본의 아니게 들어가고... 들여다 본 기억이 있다. 한번은 어린 나이에. 한번은 더 어린 나이에. 그후로 난 반사적으로 교회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쳤다. 교인들을 바라보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내가 아는 상식에서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고작 사탄 얘기만 주구장창 떠드는 그들을 보는게 역겨웠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다른 별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치적으로 내 위치를 말하라면... 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공중에 붕 뜬 상태라 말하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무지하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도... 정확히 판단을 내리고, 어느 쪽에 설만큼 충분하지 못하다. 그런 내게 박쥐 같은 놈이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중 극우쪽에서... 자주 듣는 얘기를 하자면. 내 기준에서 일부 잘못된 교인들의 태도와 유사함을 찾을 수 있다. 어떤한 사실에 대해 정확한 사실과 그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상대의 의견을 구한다. 이 사실은 상대의 평소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이다. 그럼 상대는 그 사실들에 대해 반박을 하기 보다는 묵살을 하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한다. 극우 쪽은... “이 빨갱이 새끼야”. 교인 쪽은... “이 사탄 같은 놈아.” 아주 가끔은 빨갱이가 사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겠다. 너무도 안타깝지만, 나 또한 상당 부분 공감한다. 하나의 주제를 설정하고 쓴 짧디 짧은 한권의 소설이기에...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드는 아쉬움은 교회가 가진 순기능을 신앙심을 제외하고 단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롯이 믿음만을 얘기한다. 이 소설이 오직 기독교인들에게만 읽히길 바란게 아니라면. 적어도 비 기독교인들이 바라볼 때 전체를 오해할 수 있게 쓰여진 소설 같다는 생각. 내가 봐왔던 교회의 아픈 면들 말고, 사회에 미치는... 개인에 미치는... 순기능들. 종교적인 면을 모두 제외하고서라도 그런 면들이 전혀 조명받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내가 교회에 쓴소리를 하는 것은 그 순기능들이 묻히는게 아쉽고, 또 그 순기능을 더욱 살리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훨씬 따뜻해질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무능하고 더러웠던 조선후기의 왕족과 권력가들. 그들의 그런 작태가 나라를 팔아넘겼다. 그렇다고 국민들 한명 한명이 그와 같은 것은 아니다. 씁쓸한 생각이지만, 개인개인을 바라보면 친일이란 것도 이해 못할 것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위험한 생각을 한다. 이번 책을 통해서도 이 부분을 확실히 선을 그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또 그럴 수 없음을 생각한다.
저자에 대해 책을 모두 읽은 후에 알게 됐다. 오히려 저자의 태도가 이해가 간다. 그리고 그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지 짐작이 간다. 얼마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형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사건이 떠오른다. 그리고 너무도 선하고... 착한 사람들이 그를 떠받드는 모습을 또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하나의 단면만을 보여준 작품이기에... 더욱이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현재 그들은 너무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 제기가 빗발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또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무엇이 옳은가... 그른가...를 가를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모두가 머리를 비우고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바로 우리들의 믿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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