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왕가네 식구들

2014. 2. 25. 22:17Dail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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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는건 내겐 하나의 모험(?)이다.

이유인즉슨 어떤 드라마든... 1회를 보고 나면 끝까지

보게 되는 성격 때문!

하지만 대체로 KBS 주말연속극은 믿고 봤었다.

대다수의 경우, 가족물로서 훈훈하고... 주말을 따스히 보낼 수

있게 해줬기에. (물론, 수상한 삼형제 등 막장도 있었다.)


'왕가네 식구들'. 연기파 배우들의 총출동. 딸부자집 이야기.

훈훈함을 상상하며. 시작.




언제부터인가 어떤 드라마를 보든, 홈페이지에 제작의도를

먼저 읽어본다. '왕가네 식구들'의 제작의도. 주말드라마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들.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모두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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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를 시작하며, 나의 기대는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갔다.  

"에효효.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야."

"미춰버리겠네."

"살다살다 귀달리고 그런 소리 처음 듣네요."


유행어만 생산해낸 느낌.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기획의도의 네가지 문제를 풀어내기만 한다.

거기에 과장 섞인 표현이 더해지니... 보기가 힘들어진다.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인물. 집안의 아버지 교감 왕봉.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대부분 드라마에서는

완벽한듯, 도덕적인듯 보이는 인물의 일탈을 그림으로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왕가네 식구들'에서만큼은... 왕봉은 흠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부도로 인해 어려워진 고민중이 누명을 썼을 때.

사위에게 자신에게만 솔직히 말하라는 부분. 거기서 픽. 갔음...;

문제 투성이의 가족들의 중심을 잡아주며, 가장으로서의 고뇌에만

집중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너무 자주 흠과 빈틈을 조명했다.

현실보다는 재미를 위한 도구로서 이용된 느낌.


왕봉의 처. 교감댁 이앙금. 

막장 드라마의 특징은... '공감'을 이끌어내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극중 이앙금의 경우, 일반인이 보기에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펴고

행동을 한다. 하지만... 난 극중의 이앙금을 생각해 봤을 때 충분히

설득력 있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 공감을 이끌어냈다면... 

오히려 동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배우 나문희의 할머니 연기는 역시 일품!! 극중 안계심

장남과 장손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네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자식자랑을 하며... 과장도 조금 하고. 때로는 이해받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딱 그 모습. 


왕돈. 왕해박. 

개인적으로 가장 조명받지 못한 캐릭터라 생각된다.

왕돈의 경우 드라마 후반 결혼과 피자집을 시작하는걸 조명했지만.

워낙에 많은 인물에 그냥 스치듯 지나갔다.

스치듯 지나간거의 1인자는 왕해박. 다른 에피소드를 다루느라.

기획됐던 왕해박 스캔들은... 그냥 소리 몇번 듣고. 꿈을 지지해

주는걸로.





드라마 속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던 왕대박.

집안의 장손으로... 사건과 사건 사이에 꼭 등장했다.

셋째 누나 왕광박과 최상남을 이어준 인물. 

큰누나의 갈등에도... 작은 누나의 갈등에도... 어김없이

등장. 아버지 왕봉의 이야기에도 그 감정선을 살려줬던

인물. 공부는 못했지만... 드라마 속에서 제일 사람 같았던...^^;






'막장' 타이틀의 끝을 보여준 커플. 왕수박, 고민중.

안하무인 왕수박.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캐릭터. 현실 속에

저런 인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음.

고민중은... 초반과 중반.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까지는

좋았지만... 설득력 없는 변심과 이혼. 그리고 이후 새로운 가정에서의

모습이... 작가의 힘이 없음을 느끼게 했다.





커플들 이야기 중에서... '막장'의 요소가 있긴 했지만...

가장 설득력 있게 바라봄. 허세달 왕호박. 

허세달의 허풍과 과장이 심하긴 했으나.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을법한 인물.

사치와 허영의 끝을 보고, 부부의 권태기를 그리고. 

악착같은 생활력으로 백수남편이 있음에도 자가 장만을 하고.

이런저런 풍파로 다시금 금술이 좋아지는 설정.





'막장'의 화룡정점. 며느리 오디션. 그리고 그 중심의

최상남 아버지 최대세. 코믹스런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마음 속 이야기는... 전부 묻어둔 채 코믹스런 부분만 부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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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정보
KBS2 | 토, 일 19시 55분 | 2013-08-31 ~ 2014-02-16
출연
장용, 김해숙, 오현경, 조성하, 이태란
소개
처가살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과 학벌 지상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소재 및 자식들 간의 갈등요소일 수도 있는 부모의 편애...
글쓴이 평점  


워낙에 긴 흐름의 드라마다 보니... 인물 중심으로 느낀 바를

써내려다는데... 기억이 나질 않아 두서없이 써내려 감.^^;


이 '왕가네 식구들'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 단맛만 내려다

실패한 요리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말 맛있는 음식은 

단맛도 있고, 쓴맛도 있고, 신맛도 있어야 하는데...말이다.


'막장'이라 부르는 이유에는... 그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 우선.

하지만 조금만 더 주위를 둘러보고, 생각해보면...

의외로 '막장'같은 상황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남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막장'같은 소재로도 '명품'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 드라마를 '막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두가지.

하나. 사건을 만들고... 풀어내는 데에만 집중하고, 그 해결과 내면을 

들여다 보질 못했다.

둘. 온가족이 시청하는 주말저녁 8시에 방송되는 주말연속극이었다는 점.


괜히 보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때론 '재밌게' 봤던

'왕가네 식구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배우들의 연기력이 제대로였기 때문.

다음 주말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의 그 시작이 너무도 좋은건...

'왕가네 식구들' 다음이기 때문은 아닐런지...^^



(위 모든 이미지 출처는 KBS  '왕가네 식구들' 홈페이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