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박사랑 / 스크류바

2017. 10. 25. 15:01Book Story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작성된 비전문적인 리뷰입니다. 본문에는 도서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출판사 서평단 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다.

여전히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웃는 남자'에서 느낀 작은 감정들의 모음이 좋은 기억이 되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게 된 단편집이다.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TOP2 중 하나를 제목으로 쓴 점과 소개말에서 '모성'을 주제로 그려낸 여러 이야기라는 부분이 마음을 끌었다.



▶ 도서정보

- 저  자 : 박사랑
- 제  목 : 스크류바
- 출판사 : 창비
- 발행일 : 17.10.20
- 분  류 : 문학(소설)
- 기  간 : 17.10.24-25








▶ 총 평 점(한줄평)

9.9점 / 지금까지 평점을 매기면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게 됐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숫자이다. 누군가에게는 공감되지 않는 묘한 이야기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공감'과 '놀람'의 연속이었다. 전체의 느낌에 앞서 이야기 하나하나의 느낌을 담아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첫 번째 이야기. '권태'. 책 읽으면서 시선이 왔다 갔다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주석이 달린 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첫 이야기는 시작부터 주석을 통해 이야기 보충을 한다. 그것도 꽤 중요한 내용들이다. 그래서 왔다 갔다 하느라 어지럽다. 개인적으로 이 점은 조금 많이 별로다. 

그저 다른 면이 나온 것일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일까? 첫 이야기의 나를 바라보며, 현실 속 나를 바라본다. 변했다는 말. 정말 변한 걸까? '권태' 단어를 직설적으로 풀어놓았다. 그 속에 두 인물의 묘한 관계가 직선처럼 뻗은 이야기를 구부러뜨린다. 

두 번째 이야기. '높이에의 강요'.  이야기들을 읽을수록 좁은 유리관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나는 낑낑대며 유리관을 지나고 있는데... 누군가의 비웃음이 보인다. 누군가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동정을 한다. 누군가는 유리관이 보이지 않는 듯 관심조차 없다. 그렇게 난 계속 유리관을 기어가고 있다.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본능'을 다룬다. '모성'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선택한 책인데... 두 번째 이야기까지 '모성'은 보이지 않고 '본능'만이 살아 숨 쉰다.

세 번째 이야기. '스크류바'. 보통 단편집의 제목은 단편들 제목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단편은 그 단편집을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를 했던 이야기. 예전의 나였다면... 뭐야? 하고 지나쳤을 이야기이다. 너무 생뚱맞게 스크류바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그래, 그럴 때가 있어'라고 여주인공에게 공감을 한다. 세상의 모든 가시가 나를 찔러올 때... 내게 '스크류바'는 무엇일까?

네 번째 이야기. '바람의 책'. 원래 그런 것일까? 바람 따라 훨훨 날아가는 그런 것. 모호함에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제목처럼 이 챕터의 글자들이 훨훨 날아가 버린 기분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이야기 속으로'.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냥 지금 이곳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야기꾼에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난? 난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 것일까...?

여섯 번째 이야기. '어제의 콘스탄체'. 한 방 제대로 맞았다. 무슨 또라이들 이야기인가 비웃다가... 제대로 한 방 맞았다. 전생을 믿는다는 사람들에게 얽히는 나. 그들을 비웃던 나는 오히려 나를 비웃는 그들을 마주하게 된다. 내일과 어제를 말하는 그들과 나의 시선이 현실의 내게 되돌아온다. 나도 어제만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답은 내리지 못하고, 여전히 질문만 하게 된다.

일곱 번째 이야기. '사자의 침대'. 일곱 번째까지 오니... 작가가 숨겨놓은 '그것'이 매우 궁금해졌다. 그래서 초반의 비현실적인 설정이 나오면... 눈이 동그래진다. 그렇게 만난 사자다. 그런 사자가 사라졌다. 내게도 있었다. 그 사자가... 나도 사라졌다. 이제는 사자가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갑자기 미안함이 든다. 울컥하는 마음이 가슴에 들어오자... 사자가 어깨를 토닥인다.

여덟 번째 이야기. '울음터'. 제목이 엄청나게 역설적이다. 중절수술을 하며 모성보다 이성과 지성이 강하다는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사람으로서 아팠다. 나의 질문들과 울음에 나도 울고 싶어졌다. 지금.

아홉 번째 이야기. '하우스'. 하우스가 그 하우스일 줄은 몰랐다. 누구의 잘못일까 하는 고리타분한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저 아이들이 불쌍했다. 이제 겨우 열두 살의 꼬마가 그런 생각과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았다. 신기하지 않은 점이 슬펐다. 아이의 엄마가 오늘은 집에 있길 그저 바란다.

열 번째 이야기. '히어로 열전'. 작가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마무리 이야기 허무하다. 내가 지쳤기 때문일까...?

모성을 주제로 열 개의 이야기라고 했지만, 내가 느낌 점은 '본능'이었다. 본성과 다른 본능으로 이야기들을 받아들였다. 열 개의 이야기 모두에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으며 느낌 감정은 '공감'과 '놀람'이다. 각 이야기의 나는 너무 자주 현실의 내가 되어 빠져들었다. 웃었던 기억이 없는 것이 아쉽다기보다는... 현실적이라 씁쓸하면서도 좋았다.

첫 소설집이 이런 작품이라는 이 작가. 너무 좋다. 뭔가 묘한 감성을 자극한다. 나와 한 살 차이여서 그런가. 짧은 각각의. 이야기들에 대부분 공감하게 된다. 장편 소설이 나온다면 어떨까 너무너무 궁금하다. 계속 만나고 싶은 작가의 글.



 ▶ 책 속의 한 줄

[p190 중에서]
나는 무심하게 툭 던지듯 재희에게 물었다. 너는 모성이 없냐? 재희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꾸했다. 없긴 왜 없어, 단지 모성보다 이성과 지성이 강할 뿐이지. 재희의 목소리가 좀 떨렸던 것도 같지만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재희의 집에서 나왔다.






▶ 독서 일지

[17.10.24 / p8-130]
첫 소설집. 작가에게 그 의미가 어떨까...? 궁금하다. 많이. / 나에게는 매앵이 없다. 다들 비슷할까? '모른다'라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나도 모르겠다. /  굉장히 짧은 첫 이야기. 모성은 나오지 않았지만, 밑밥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그저 배경일 뿐이었지만, 말할 수 없게 좋았다. / 우와. 심오하다. 단정할 수 없는 몇 가지 이상의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다. 내가 느낀 것과 다른 이가 느낀 것이 다를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17.10.25 / p131-272(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