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5. 14:12ㆍBook Story
어제. 02월 14일은 도마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라고 한다.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어릴 적에는... 그저 남이 그렇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던
사실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어떠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살아보니...'라는 말의 의미를 아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며, '부끄러움'이 때론 커지기도... 때론 작아지기도
한다.
도마 안중근 의사는... 내게 그 '부끄러움'을 물씬 안겨준
분이다. 그분을 떠올리면... 여러 책이 생각나는데. 그중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책.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건드렸기에... 그 충격이 크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
책장은 단순히 책을 꽂아두는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책장에서 한권 한권을 뽑을 때마다... 그 책을 살 때
있었던 일. 읽으면서 내게 일어났던 일.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까지... 모조리 살아서 내게 돌아온다.
2011년. 그해 마지막 날에... 짧디 짧은 책 한권을 읽었다.
그 날을 또 기억하게 되며... 옮겨본다.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 저자
- 이태진, 조동성, 김성민 지음
- 출판사
- IWELL(아이웰콘텐츠) | 2009-10-19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
“민간인이나 다름 없는 이들을 어떻게 잡는 족족 죽일 수가 있습니까……. 그건 그냥 살인입니다. 우리가 숭고한 목적으로 싸우고 있지만, 목적이 과정을 정당화시킬 순 없습니다. 의롭게 싸워야 합니다.”
“이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한중일 3국이 힘을 합쳐 대항하는 방법밖에 없다.”중근이 잠시 좌중을 둘러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그런데 일본은 한국을 침략하고 중국도 위협하고 있다. 분열되면 동양 3국은 모두 망한다. 그래서 이토를 죽인 것이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지키기 위해서.”
……‘장한 아들 보아라.의로운 일을 해냈다. 많은 이에게 용기를 주었다.가족의 자랑이요 겨레의 기쁨이 되었다.이제 너는 죽을 것이다. 사형을 언도받으면 항소하지 마라. 네가 벌한 이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는 없는 법.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지 마라. 작은 의에 연연치 말고 큰 뜻으로 죽음을 받아들여라.55. 조마리아의 편지는 큰 화제를 일으켜 일본 조일신문(朝日新聞)에 시모시자(是母是子: 그 어머니에 그 아들)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된다.……
“안 선생,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소. 주위에서 영웅의 자식이라며 엄청나게 기대했을 것 아니오? 나도 어렸을 때 그랬지. 무슨 행동 하나를 해도 꼭 아버지와 비교당하며 주위에서 이러쿵저러쿵 수군대는데, 마치 모든 사람들이 내게 부담을 주며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을 모르겠지만, 안 선생과 나는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겠군.”
‘아버지. 왜 하필 아버지셔야 했나요? 다른 사람이 했으면 안될 일인가요? 어머니와 저의 고통은 대의를 위해 당연히 견뎌야 하는 것이었나요? 그럼 저는 원래부터 이렇게 그냥 희생되어야 하는 사람이었던 건가요?’
복잡했다.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그건 알고 있었다. 아버지를 부정하고 변절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계속 회의가 들었다. 이렇게 죽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일일까, 이런다고 뭔가 달라질까, 자신과 어머니와 누이는 아버지로 인해 결국 이렇게 몰살을 당해야 하는 운명인걸까……. 자꾸 떠오르는 생각들이 자명한 답을 흐리게 했다.
흔들렸다. 살고 싶었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한때라도 편하게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었다.위협에 굴복해 목숨을 구걸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논리가 필요했다. 정당화, 합리화할 근거들이 마구 떠올랐다. 어쩌면 아버지가 틀렸었는지도 몰라, 우리보다 힘이 강한 일본과 잘 지내는 것은 모두에게 유익한 일일지도 몰라, 내가 사과를 하면 일본인들이 우리 국민들을 더 잘 대해줄지도 몰라, 덜 탄압받고 덜 당할지 몰라, 내 사과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몰라, 어찌되었건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사과는 인간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일지도 몰라…….
어지럽게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 논리와 비논리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가운데, 준생은 어느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마쳤다. 이제 오히려 자신이 대단히 숭고한 희생을 각오하는 의인처럼 느껴졌다. 껄끄러운 마음이 살아나려 하면 다른 생각들로 합리화를 시키며 외면했다. 괜찮았다. 마음이 가벼워졌다.이토가 건넨 잔이 눈에 들어왔다. 준생은 말없이 잔을 들었다. 술은 쓰면서도 달았다.
왜 나는 안준생으로 살 수 없었죠?왜 나는 내 삶을 선택할 기회도 없이 이런 운명에 던져져야 했죠?아버지는……. 아버지는 자신이 선택한 거잖아요. 그래서 죽은 거잖아요. 그런데 왜 나는 내 선택이 아닌 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이런 삶을 살아야 합니까?왜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아버지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통째로 망가져야 합니까?
뭐라 욕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괴로워할 때 아무도 내게 손 내밀지 않았잖아요. 나를 욕할 자격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요. 그렇게 버려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권리로…….
우습지 않나요?영웅의 아들은 개 같은 삶을 살고,그 변절자의 자식은 다시 성공하고. 아버지는 나라의 영웅이었지만 가족에겐 재앙이었죠.나는 나라의 재앙이지만 내 가족에겐 영웅입니다.
이 책의 목적은 다음 3가지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첫째, 안중근은 의사가 아니라 장군이었다는 것.
둘째, 안중근은 한국만의 영웅이 아니라 동양 전체의 영웅이었다는 것.
셋째, 안준생의 친일이라는 비극적 역사가 있었다는 것.
단죄하고 묻어버리기 보다, 지켜주지 못하고 변절자로 만들어버린 우리의 책임을 반성해봐야 할 듯했다.
< Final Commant >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 짧은 책한권을 읽으며또 한번 생각을 달리 해보게 됐다.
진지하게 내가 안준생이라면... 이란 생각을 해봤다.
그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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