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8. 05:18ㆍBook Story
1
운영중인 독서모임에서... 이전 한 모임원이 읽었던 작품이다. 제목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었다. 그리고 어느 블로거의 리뷰를 보고 읽게 됐던 위화의 ‘인생’이라는 작품. 푸구이 노인의 이야기에... 때로는 한숨을...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작품. 제목 그대로...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더불어 재미까지 있었던 기억. 이번 5월에 모임의 선정도서 중 한권이 바로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였다. 기대를 잔뜩(?) 안고 시작한다.
위화의 다른 작품
2014/03/10 - [Book Story] - [Book] 인생 (14.02.26~03.02)
2
[14.05.05 / p5~49]
기억이 났다. 위화의 다른 작품 ‘인생’의 서문에서도 참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 바로 소설이란 독자의 수많큼 그 개수가 존재하는 거라는 얘기. 같은 얘기지만... 또 와닿음. / ‘인생’ 속 푸구이 아들 유칭 또한 그 놈의 피를 뽑다 그리 됐는데... 시작부터 피를 파는 허삼관. / 이야기의 시작은 ‘인생’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시작부터 크게 다른 점은 ‘인생’의 자전과 ‘허삼관매혈기’의 허옥란의 차이.
[14.05.06 / p50~129]
삼형제가 태어나는 순간들. 완전 빵 터졌음. / 삼형제 이야기의 시작.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덜 아픈 손가락은 반드시 있는 법. 각각 형제의 이야기가 왠지 좀 서글프다. 그래도 일락이의 짱돌 신공은 나름 통쾌함. / 허허. 일락이에게 왜 그러는가. / 갈수록 ‘인생’과는 다른 전개이고... 번역자도 다른데. 비슷한 느낌을 받는건지. 허옥련도 참 기구한 삶이다... 싶다^^;
[14.05.07 / p130~181]
이런 바보같이. 같은 시대, 같은 장소의 이야기. 성 안과 밖의 이야기. 성 안의 허삼관 이야기를 풀어내듯, ‘인생’은 푸구이의 성밖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 그러니... 유칭의 이야기와 피를 파는 허삼관의 이야기가 겹칠 수 밖에. / 허기에 지친 아이들에게 허삼관이 들려주는 이야기. 나까지 침이 꼴깍 넘어간다. / 허허. 굶주림에 지쳐 또 다시 피를 파는 허삼관. 그리고 허일락의 분노. 우습게 표현하려 한 것이 오히려 슬프게 다가온다. 해학이라 표현하는 위화의 작품들. 해학의 의미가 웃음이 아닌 오히려 슬픔이 아닐까 싶다.
[p171 중에서]
“일락이가 대장장이 방씨네 아들 머리를 박살 냈을 때 피를 팔러 갔었지. 그 임 뚱땡이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피를 팔았고. 그런 뚱뚱한 여자를 위해서도 흔쾌히 피를 팔다니. 피가 땀처럼 덥다고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식구들이 오십칠 일간 죽만 마셨다고 또 피를 팔았고, 앞으로 또 팔겠다는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고생을 어떻게 견디나...... 이 고생은 언제야 끝이 나려나.”
[14.05.08 / p182~351(완)]
넋을 달래고 오라는 허삼관. 앞에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이내 마음이 약해 무너지는 그 모습이 너무도 익숙하다. / 허삼관!!!! 멋있다!!! / 엇나간 이념의 실현. 그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들의 몫. 개몽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예전과 달리 조금은 다르게 생각된다. 잘 살고 있었다. 우리들만의 생각이 있었고... 아이들은 웃어른을 공경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그저 예뻐했다. 사람들은 친밀했고. 그런데 갑작스레 급진적인 개몽을 한답시고... 모든걸 망가뜨린건 아닐까. 이걸 사람들이 무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그들 때문인가? / 허삼관의 눈물에... 나도 너무 울적해진다. 근룡이...; / 허허. 처음에는 그냥 피였던 것이... 어느새 붉디 붉은 눈물이 되었다. 가슴 속에 뭉친 응어리 같이. 자신의 몸을 갉아 모든걸 주고 가는 허삼관. / 래순, 래희 형제. 그리고 방씨와 근룡이. / 난 그게 그렇게 끝일줄 알았다. 너무도 다행. /
[p192 중에서]
승리반점의 환한 불빛이 보이자 일락이가 허삼관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에요?”
허삼관은 문득 욕을 멈추고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p205 중에서]
“...(중략)... 일락아, 오늘 내가 한 말 꼭 기억해둬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 나중에 네가 나한테 뭘 해줄 거란 기대 안 한다. 그냥 네가 나한테, 내가 넷째 삼촌한테 느꼈던 감정만큼만 가져준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늙어서 죽을 때, 그저 널 키운 걸 생각해서 가슴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3
‘인생’이... 산다는 것이 무언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허삼관 매혈기’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비슷한 시대, 비슷한 장소. ‘허삼관 매혈기’에서 성 안의 가족의 의미를 시대를 비추어 그려냈다면... ‘인생’은 성 밖의 가족을 비추어...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돼지 간볶음과 황주. 그것이 가진 의미는... 허삼관에게 삶과 가족 그 자체였을 것이다. 육십이 넘은 허삼관이 더 이상 피를 팔지 못하자 엉엉 울며 거리를 돌아다닐 때 그 심정을 왜 지금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어쩌면... 가족들을 위해 살아가는 허삼관. 그리고 그의 가족과 주변인들을 그리며...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인생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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