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조선 왕을 말하다 1~2권 (14.05.09~27)

2014. 5. 27. 01:46Book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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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차례 읽은 책이다. 당시에는... 조금은 대충대충 읽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았었다. 최근 다시금 불어온 조선에 대한 갈증 때문에... 새로 구입한 도서에 앞서 조선의 왕들에 대해 다시금 알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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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4.05.09 / 1권 p4~72]

‘1부 악역을 자처한 임금들’. ’1 태종’. 참 여러 의견들을 들으며... 너무도 궁금한 인물. 진정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한동안은 태종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가... 또 한동안은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우습게도 두 입장 모두 같은 저자의 책을 통해 품은 생각. 어쩌면... 어쩌면... 이성계는 태종의 악역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고, 이방원의 쿠테타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왕권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 조선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인물이 이방원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나 혼자만의 공상^^; / 고민의 정점을 찍는 것은 세종대왕의 존재이다. 조선의 다양한 면을 알다보면... 늘 그 중심에는 ‘세종대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분명한 것은 세종은 태종이 있었기에 존재했던 성군이었다는 점. 이 점이 다시금 태종을 옹호하게 한다. / ’2 세조’. 역사에서 ‘만약에’라는 가정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자주 듣지만, 그럼에도 역사학자들조차 자주 말하는 그 가정에서 단연 손꼽히는 가정이 바로 ‘세조의 쿠테타가 성공하지 않았다면’이다. 그만큼 세조는 잘 쌓아가던 성을 개차반으로 만든 인물. 


[p7 중에서]

역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는 역사를 과거학으로만 여긴다는 점이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사는 과거에만 머무르는 과거학이 아니다. ...(중략)...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역사는 현재학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미래학이다.


[p35 중에서]

후계자가 안 보이는 정치는 미래가 불안하다. 후계자를 경쟁자로 여겨 꺼리게 되면 검증된 적이 없는 인물이 혜성같이 등장해 정권을 잡게 된다. 곧 콘텐츠 부족이 드러나고 국가는 혼란을 겪는다. 태종은 후계자의 자질 부족이 드러나자 교체하고, 국왕 수업까지 시켰다. 모든 위정자가 배워야 할 태종의 큰 업적 중의 하나가 후계자 양성일 것이다. 


[p50 중에서]

명분은 때로 실용보다 중요하다. 행위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힘이 명분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들이 많을수록 사회는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수양은 명분이 없어도 힘만 있으면 국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유교 철학이 자리 잡은 조선에서 수양의 명분 없는 집권은 큰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p61 중에서]

외침을 당했을 때나 나라를 빼앗겼을 때 목숨 걸고 싸운 사람들을 기리는 것은 국가의 기본 의무이다. 그러나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고 공신이 책봉되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법 위의 공신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사회의 안정을 해치게 마련이다. 세조는 태종이 피의 숙청으로 정리했던 공신 집단을 다시 불러들여 많은 문제를 낳았다.


[14.05.10 / 1권 p73~140]

‘2부 신하들에게 쫓겨난 임금들’. ’3 연산군’. 합리적 의심과 추론은 역사를 논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장 우선은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연산군에 대한 고민의 시작. / ‘흥청망청’ 중 ‘흥청’의 어원. / 정치의 핵심은 세력이다. 오랜 시간 나 또한 그리 생각했던 부분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그만의 정치 세력이 부족했던 것이라 판단한다. 이점이 연산군과 정조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 ‘4 광해군’. 시대를 앞서갔던 인물. 대개 일괄적으로 폭군이라 평가받는 연산군과 달리, 꽤 오래 전부터 서로 다른 의견이 대치했던 인물이 바로 광해군이다. 그만큼 양쪽의 주장과 그 근거들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권력을 새로 잡은 이들이 추구했던 것이 백성이 아닌 결국 자신들의 권력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광해군을 옹호할 수 밖에 없게 한다. 


[p75 중에서]

쫓겨난 군주들에 대해 서술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자료의 편파성이다. 죽은 자 이상으로 쫓겨난 군주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노산군일기’, ‘연산군일기’, ‘광해군일기’가 모두 그렇다. 쫓아낸 쪽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기록만으로 그 시대의 진정한 모습을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


[p86 중에서]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의견은 다르다. 그러나 세상에는 늘 의견을 사실로 만들려는 세력이 존재해왔다. 의견을 생산해 사실처럼 유통시키려면 권력과 기구가 필요하다. 대중들은 때로 여기에 속아 오인하지만 대부분 곧 진실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견이 수백 년간이나 사실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연산군이 그런 경우이다. 


[14.05.12 / 1권 p141~210]

‘3부 전란을 겪은 임금들’. ‘5 선조’. 아무리 곱씹어 봐도 쓰레기 같은 선조. 그의 태생과 왕위에 오른 과정을 생각해보면... 나로서는 더욱이 이해가지 않는 인물. / ‘6 인조’. 인조반정과 정묘호란을 그린 장편소설 ‘압록강’. 그 속의 실존인물 임경업 장군. 역사 속에서 보면... 결국 영웅이 살기에는 너무 더러웠던 사대부의 나라. 앞서 선조 시대의 의병들과 이순신의 경우도 그렇고. 그리고 또 지금도 그렇고. 영웅을 기다리는 백성들. 영웅을 깎아내리려 하고, 제거하려 하는 지배층과 지도층들. 백성들은 지금 상황이 말이 안된다고 여기는 거고, 반대에 있는 지배층과 지도층 또한 자신들의 짓거리가 말이 안된다는걸 알고 있다는 결론. 여튼 쿠테타와 혁명의 차이는 그 결과가 백성을 위하느냐 아니냐 일 것이다. 인조반정은 어디로 쳐다봐도... 쿠테타일 뿐이었고, 인조는 그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소현세자. 드라마나 소설로도 많이 활용된 인물.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 ‘추노’이다. 대길이가 거지같은 세상이라 외치던 그 세상을 만든 장본인. 인조. 


[p154 중에서]

유능한 지배층과 무능한 지배층을 가르는 기준 중의 하나가 현실인식 문제이다. 유능한 지배층은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지만 무능한 지배층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그렇게 머릿속의 바람을 현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동안 나라는 깊숙이 썩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 


[p161 중에서]

서생은 변방에 근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문신, 적이 쳐들어와도 아무 걱정 없다고 호언하는 무신, 적이 쳐들어오지 않으리라는 머릿속의 상상을 현실로 여기는 사대부가 지배하는 나라에 도요토미는 자신이 공언한 대로 400여 척의 배를 띄어 보냈다. 


[p168 중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민심을 얻는 것이다. 민심의 획득의 요체는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제도와 관습의 개혁이다. 조선은 신분제도와 조세제도의 모순 때문에 백성들의 버림을 받았다. 이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조선은 멸망할 것이었다. 류성룡이 제정한 면천법과 작미법으로 백성들의 마음이 돌아오면서 조선은 바닥에서 다시 회생하기 시작했다. 


[14.05.13 / 1권 p211~331(완)]

‘4부 절반만 성공한 임금들’. ‘7 성종’. 조선 500년 중... 의도치 않게 반복적으로 파고 드는 부분이 있다. 그에 따라 당연히... 일자무식 수준으로 모르는 시대가 있다. 성종의 시대 또한 그러하다. 다시금 읽어봐도 새롭고, 흥미로움. 안타까움은 늘 덤. / ‘8 영조’. 재임기간이 워낙 길었던만큼... 사료 또한 풍부했던 왕. 출발이 좋지 못했던만큼 모든 것에 제약이 걸렸던 군주. 아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어쩌면 불운했던 아버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놓은 욕심의 덩어리들을 손자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던 할아버지. 제법 훌륭했던 군주였으나... 역시 이번에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시간들.


[p220 중에서]

현실에 참여해 활동하는 것 못지않게 때를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 때가 아닌데도 섣불리 나섰다가 불행한 종말을 맞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갓 즉위한 성종은 어렸지만 때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현실이 공신 집단의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성종은 공신 집단에 맞서는 대신 때를 기다렸다. 기다림 또한 정치의 일부라는 사실을 어린 나이에 터득했던 것이다.


[p226 중에서]

한 체제가 아무리 부도덕하고 부패했더라도 당위성만으로 그 체제를 극복할 수는 없다. 그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이념과 그 이념을 실천할 세력이 존재해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세조 때 비대해진 공신 집단을 대체하려면 왕권만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왕권을 보좌하며 공신 집단과 맞서 싸울 정치세력이 필요했다. 재야에서 그런 세력이 성장하고 있었다.


[p272 중에서]

현재의 권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 행위의 결과물인 미래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현재의 권력으로 과거까지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현재의 권력으로 과거를 바꾸려는 시도는 무수히 많았고,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다.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자 역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p279 중에서]

군주가 백성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궁극적 길은 스스로 가난한 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군주는 백성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잘못된 제도를 혁파하는 제도개혁에 앞장서는 것으로 백성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다. 영조는 절검생활을 앞장서 실천하는 유학 군주였으나 백성들은 물론 시대도 그런 개인적 실천보다는 잘못된 제도의 개혁을 요구했다.


[14.05.21 / 2권 p4~48]

‘1부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 ‘1 효종’. 효종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두가지. ‘북벌’과 ‘소현세자’이다. 인조반정은 참 많은 해악을 남겼다. 하지만 효종은 나름의 논리로 일관성을 지켜나갔다. 그럼에도... 북벌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당시 국제 정세를 읽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명분에 둘러쌓여...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남길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았다면...?


[p6 중에서]

영,정조시대라는 용어 자체가 노론 후예 학자들이 당파적 시각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정조의 독자성을 부인하고 영조의 부속 인물처럼 만들기 위한 의도였다. 노론에 맞선 정조 치세를 부인하거나 축소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용어였다. 


[14.05.22 / 2권 p49~150]

‘1부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 ‘2 현종’. ‘3 숙종’. 지랄들을 하고 있다. 진짜.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지들 잇속 챙기면서... 한결같이 ‘백성’...‘국민’...을 운운한다. 그리고 사대부의 나라. 그 중심에 늘 등장하는 인물. 송시열. 인터넷 상에서도 여전히 송시열은 뜨거운 감자다. 


[p49 중에서]

인조반정 이후 국왕은 천명에 의한 절대적인 존재에서 사대부가 선택할 수 있는 상대적인 존재로 전락했다. 서인은 소현세자를 제거하고 효종을 추대했지만 둘째 아들로 낮춰 보았다. 국왕을 사대부 계급의 상위에 있는 초월적 존재로 보려는 왕실의 시각과 제1사대부에 불과하다고 보는 서인의 시각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국왕의 권력 강화냐, 사대부의 권력 균점이냐 하는 문제였다. 그런 양자의 시각이 충돌한 것이 1차 예송 논쟁이다. 


[p63 중에서]

예나 지금이나 정치가가 자신의 개인적, 계급적 이익을 뛰어넘어 위민정치를 펼치는 경우는 드물다. 양반 사대부만이 정치를 할 수 있었던 조선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김육과 이시방 같은 소수의 관료는 계급적 이익을 뛰어넘어 백성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나라 전체의 이익을 추구했다. 그것이 대동법으로, 그야말로 시대를 뛰어넘는 정치였다. 


[p142 중에서]

정치가는 권력을 강화하려는 속성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권력을 강화해야 하느냐다. 조선은 국왕의 권력이 강하면 사대부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백성의 삶이 나아졌으나 숙종 때는 그렇지 못했다. 숙종은 조선 후기 가장 강력한 권력을 거머쥔 군주였지만 그 권력을 백성과 나눌 줄 모른 실패한 군주이자 외로운 군주였다. 


[14.05.23 / 2권 p151~220]

‘2부 독살설에 휩싸인 임금들’. ‘4 예종’. ‘힘보다 뜻이 큰 군주의 운명’이라는 표현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사료가 많아서인지... 조선의 정치를 들여다보면... 현실과의 교점이 너무도 많아 놀란다. 슬프다. 아프다. / ‘5 경종’. 균형이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뿌리 깊은 나무’ 속... 세종과 정기준의 대화가 떠오른다. 그 둘 다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p153 중에서]

같은 쿠테타로 집권했지만 태종과 세조는 공신을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태종은 공신 집단을 해체해 깨끗한 조정을 세종에게 물려준 반면, 세조는 왕권을 능가하는 공신 집단을 그대로 예종에게 물려주었다. 예종은 이 공신 집단을 해체하지 않는 한 왕 노릇을 할 수 없었다. 예종이 왕 노릇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양자는 충돌할 수 밖에 없었다.


[p168 중에서]

당위성만으로는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명분뿐 아니라 개혁 대상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을 갖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 예종은 공신 집단 해체라는 분명한 개혁 목표와 실천 의지가 있었지만 현실적 힘을 확보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특히 남이를 비롯한 신공신 집단을 제거한 것은 구공신에 맞설 세력을 스스로 꺾은 결정적 하자였다. 


[14.05.24 / 2권 p221~291]

‘3부 성공한 임금들’. ‘06 세종’. 세종의 시대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심에는 공부하는 성군 세종이 있다. 리더가 박식해야 하는 이유는 알아야... 주변의 이야기 이치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 당시 상황상 쉽지 않았을 후대를 위한 시스템까지. 명분을 놓치지 않았으면서도, 실리를 반드시 챙겼던 군주. 무엇보다 백성들을 놓치지 않았던 군주. 세종대왕.


[p230 중에서]

세종은 지식 경영인이었다. 그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축적한 지식으로 국가를 경영했다. 공리공론보다는 역사처럼 현실에 응용할 수 있는 ‘산지식’을 선호했다. 그리고 독서하는 시간을 여가가 아닌 업무의 연장으로 보았다. 현재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도 세종처럼 방대한 독서와 사색을 통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상을 제시하는 인물일 것이다. 


[14.05.26 / 2권 292~400]

‘3부 성공한 임금들’. ‘07 정조’. 정조의 정책 하나하나가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너무도 강력하다. “짐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고 외치고 시작한 그가 정치보복이 아닌 화합을 외친 것은 현재를 너무도 초라하게 만든다. 나의 짧은 생각이지만... 노론을 논할 때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정조의 사후 펼친 더러운 짓거리들 때문이다. / ‘4부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 ‘08 태조’. 태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인물. 정도전과 이방원. 여러번 고민해봐도... 고려를 무너뜨릴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또 그 시작이 불러온 500년 조선사를 생각하며. 또 한번 곱씹어본다. 


[p292 중에서]

한이 너무 많은 인물이 집권하면 ‘성공한 정치’를 하기 어렵다. 정치 보복의 유혹을 끊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한을 품고 즉위했으나 과거로 돌아가 정치 보복에 나서지는 않았다. 자신의 즉위를 방해한 소수 세력만 제거하고 나머지에게는 함께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래는 아직 멀었다. 


[p299 중에서]

상대방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정치를 주도할 경우 정쟁은 극단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상대방이 집권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그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모든 타협을 거부하고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되면 정치 자체가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p305 중에서]

이념 지향성이 강한 정치 집단은 배타적 권력 독점을 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이념은 치열한 논쟁을 거쳐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 세력이 권력으로 성역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정치집단이 배터적 독점 권력을 장악할 경우 사회는 크게 퇴보하고 그 상태를 해소하려는 정치 개혁 요구가 거세진다. 


[p333 중에서]

국가정책을 목적의 선함이나 당위성만으로 추진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책에 관계된 여러 세력의 이해를 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민심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정책 추진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세력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추진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조의 사도세자 묘소 이전 과정은 이런 정책 수행 전범을 보여준다. 


[p382 중에서]

한 체제를 전복하는 것은 무력으로 가능하지만 새 체제를 여는 것은 무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새 체제를 세우기 위해서는 사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새 체제의 정당성을 설파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상은 관념뿐만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실제적 정책으로 나타나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14.05.27 / 2권 p401~471(완)]

‘4부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 ‘09 고종’. 아비는 침몰해가는 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뛰어다닌다. 하지만 그 역시 바다를 보지 못한... 사공이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다시금 노를 잡았는데... 그 노마저 바다에 던져버리고 배를 떠나 홀로 도망을 쳤다. 흥선대원군과 고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난 ‘연민’을 먼저 느낀다. 시대적 배경이 너무도 암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선택들에 있어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종의 선택은 그의 백성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으로 이어졌기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멍청한건 나쁜거다.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게 왕이라면 더...더...더...더...더욱 더. 마지막 기로였던 정조 시대가 더욱이 아쉬운건 역시 어쩔 수 없는 듯. 그랬다면... 그랬다면.... 노론 따위가 춤을 출 수 없었다면... 이런 부질없는 생각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p401 중에서]

어떤 정치 지도자가 혜상같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체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혜성같이 등장한 지도자가 성공의 결실을 거두는 경우는 드물다. 기존 체제와 맞서 싸우면서 미래를 지향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존 체제와 싸우다가 끝을 맺기 마련이다. 혜성같이 등장한 대원군의 앞에도 같은 길이 놓여 있었다. 


[p407 중에서]

이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다. 수탈 대상이던 민중이 스스로 역사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원군이 이런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그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였다. 


[p415 중에서]

국가 지도자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신념은 자신과 국가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한 토대 위에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 특히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지도자의 신념은 그 자신은 물론 국가의 퇴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무시하고 성공한 정치가나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3



조선 왕을 말하다(30주년 특별도서)

저자
이덕일 지음
출판사
역사의아침 | 2010-11-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권력을 쥔 자, 그들이 꿈꾸는 리더의 길은 무엇인가? 동양 3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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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을 말하다. 2

저자
이덕일 지음
출판사
역사의아침 | 2010-11-3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SERI CEO 추천도서 [조선 왕을 말하다] 1, 2권으로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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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앎에 있어...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전체적인 그림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간 후, 상반되는 의견들을 동시에 비교하며 알아야 한다. 그 다음이 바로 번외적인 부분들. 그런 의미에서 이 ‘조선 왕을 말하다’는 큰 그림과 동시에 세부적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작은 차이의 시작이 큰 차이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역사인만큼. 조선 500년 동안 어쩌면 비슷했던 왕들의 출발에서...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그것이 불러오는 큰 차이의 결과를 볼 수 있는 재미 또한 있다. 마지막으로 주류라 할 수 있는 의견들과 조금은... 아니 어쩌면 큰 차이를 갖고 있는 이덕일 소장의 시선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