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박영광 / 시그니처

2017. 9. 28. 15:33Book Story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작성된 비전문적인 리뷰입니다. 본문에는 도서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출판사 서평단 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다.

현직 형사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이 설명 하나만으로 바로 서평단에 신청을 했다. 떨어지더라도 사서 읽으려고 생각이 들었다. 도서를 받고 나서 전작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전작 '나비 사냥'을 구매해서 읽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분명 엄청나게 재밌었지만, 아쉬움이 컸다. 이 '시그니처'에 대해서는 조금은 기대를 접고 시작한다.



▶ 도서정보

- 저  자 : 박영광
- 제  목 : 시그니처
- 출판사 : 은행나무
- 발행일 : 17.09.01
- 분  류 : 문학(소설)
- 기  간 : 17.09.25-28







▶ 총 평 점(한줄평)

8.7점 / 유영철과 정상규. 실제 했던 연쇄 살인마가 소설에서는 주경철과 정상규로 등장한다. 여전히 매력적인 '현직 형사가 쓴 범죄소설'이라는 표현처럼 소설은 굉장한 몰입감과 속도감을 준다. 한 마디로 엄청나게 재밌다.

하지만 이야기 속을 세세히 살펴보면 진부하다.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예상 가능하고, 진부하다. 그런 점들은 오히려 전작인 '나비 사냥'보다 더 하다. 하지만, 그런 진부함이 가져오는 울림. 또 그 진부함이 불러오는 사건 흐름에 대한 깊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이 죽을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혼자 마음속으로 마구 외치게 된다. 도망가... 도망가라고....

나비 사냥에서는 내가 놓쳤던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뭔가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건 아닐까? 피해자들의 사연은 또 한 번 진부하지만... 독자에게 슬픔과 동시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또 수사하는 경찰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현직이니까 이건 믿어도 돼. 하는 느낌.  사건에만 집중됐다면... 이런 고구마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없다면 그건 정말 소설일 뿐이니까. 현실은 늘 중심보다 주변보다 힘들기 마련이 아닐까. 이런 변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날 힘들게 했다.

책장을 덮으며 나비 사냥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모두 보완된 느낌이다. 작가가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은 건가...? 사건과 수사에만 집중했던 전작과 달리 '시그니처'는 사람에 조금 더 집중을 했다. 그 점이 사건과 수사에 대해서도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다음은 색다른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벌써부터 박영광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 도서평점(항목별)

- 등장인물 : 7점 / 전작 '나비 사냥'에서의 인물들과 이번 '시그니처'에서의 인물들에는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전작과는 다르게 인물의 내면에 대해 묘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그래서일까 조금은 더 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 소    재 : 10점 / 어떻게 보면 전작과 같지만, 전작보다 훨씬 흥미로운 소재였다. 실제 하는 두 연쇄 살인마의 접점을 그린다는 것 자체로도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다.

- 구    성 : 9점 / 어떤 작품이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구성이다. 그런데 참신하다. 이건 아마도 전작과의 비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시도인데 내 경우,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깊이를 더한 느낌이다.

- 가 독 성 : 8점 / 표현이 풍부해진 느낌이다. 나비 사냥은 연습이었던가? 그런 느낌이다.

- 재    미 : 10점 / 다른 부분도 좋았지만, 오로지 재미 측면만 보자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누구라도 이 책을 재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너무 빠진 건가...?^^;;

- 의    미 : 8점 / 전작 '나비 사냥'과 가장 다르게 본 점은 생각할 여지를 줬다는 것이다. 사건과 수사에만 초점을 맞췄던 전작과 달리, '시그니처'는 사람에 조금 더 초점을 뒀다. 인물 간의 관계도 전작보다 조금 더 복잡해졌고 그 조각들을 맞추는 단계도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 책 속의 한 줄

[p137 중에서]
가게와는 상관없지만 일을 하러 오다가 죽었으니 위로금 정도는 준비를 해두어야 할 것 같았다. 여학생의 죽음에 가게도 유족도 모두 상처만 남았다. 그 상처를 치료하는 게 돈뿐이라는 것도 씁쓸한 현실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슬픔으로 다가오지만 나중에는 돈이 그것을 대신한다.




[p267 중에서]
강한 자에게 대항하지 말고 멀어지는 게 남자의 몸을 지켜내는 방법이라고 비겁한 세상은 알려 주었다. 남자보다 약한 것은 많았고 약한 것을 짓밟을 힘 정도는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약자에게만 강하다는 점이 비겁하다는 것을 남자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게 가장 완벽한 현실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현실에서 약자가 강하기 위해서는 더 약한 자를 찾으면 되는 거였다. 멍청한 세상은 처음부터 그랬다.






▶ 독서일지

[17.09.25 / p7-102]
극 초반에 대충 관계도가 그려졌다... 허무함이 벌써부터 밀려온다. 제발. 반전이 있길 기도한다. / 이야기가 완벽하게 '나비 사냥'에서 이어진다. 역시 먼저 읽기를 잘했다.

[17.09.26 / p102-234]

[17.09.27 / p235-542(완)]
뭐라 표현하기가 힘든 작품이다. 내가 너무 빠져들어서... 제대로 평가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